My Fair Lady Theatrical Release Poster(1964)
My Fair Lady Theatrical Release Poster(1964)

 

[아츠앤컬쳐]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다. 70여 년이 넘는 창작 기간 동안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다수의 희곡을 탄생시켰으며, 1925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 중 오늘날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1913년에 초연한 희곡 <피그말리온(Pygmalion)>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말한다. 즉,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상대방은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면서 기대에 충족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음성학 교수인 헨리 히긴스가 거리에서 꽃을 팔던 아가씨 일라이자에게 언어와 예의범절을 가르쳐 상류사회의 귀부인으로 변신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헨리 히긴스 교수가 그의 절친한 친구인 피커링 대령과 묘한 내기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하층 계급의 여인을 한 명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그녀를 교육시켜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내기의 실험 대상으로 선택된 여인이 바로 빈민가 출신으로 꽃을 파는 일라이자이다. 그녀는 히긴스 교수로부터 끊임없는 개인 교습을 받게 되는데, 그녀 자신은 이 교육을 하나의 고문으로 받아들인다. 마침내 일라이자는 우아하고 세련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다. 이제 그녀에게서는 더이상 투박하고 촌스러운 말씨와 액센트를 들을 수 없게 된다. 버나드 쇼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 교양 있는 높은 신분으로 변신하는 것은 유전이 아니라 교육과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해 당시 계급 편향적인 영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Pygmalion serialized November 1914
Pygmalion serialized November 1914

한편, <피그말리온>은 버나드 쇼의 작품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지만, 연극보다는 뮤지컬이나 영화로 더 유명해졌다.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라는 이름으로 1956년 미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둔 후, 1964년에는 영화로 제작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는 <피그말리온>과 결말은 조금 다르다. <피그말리온>의 히긴스는 학문적 실험의 성공에 만족할 뿐 일라이자를 이성으로 대하지 않는다. 이에 실망하고 모욕감을 느낀 일라이자는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 반면,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결국 히긴스 교수의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변한 일라이자가 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마이 페어 레이디>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억척스러운 꽃 파는 여인에서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변하는 영화 속의 일라이자 역을 맡은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 1929~1993)일 것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일라이자 역으로 오드리 햅번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1950~60년대에는 뮤지컬이 성공하면 곧바로 영화로 제작이 되었는데, <마이 페어 레이디>도 마찬가지였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일라이자 역할을 맡은 배우는 줄리 앤드류스(Julie Andrews, 1935~)였다. 그녀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 캐스팅되지 못한 이후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에서 사랑스러운 마리아 수녀를 맡기도 했다.

<마이 페어 레이디>의 제작사에서는 당시 외모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한 오드리 햅번을 낙점했다. 문제는 노래였다. 물론 당시에는 뮤지컬 영화에 노래 대역 배우를 쓰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에 오드리 햅번의 노래하는 목소리 주인공은 노래 대역 전문 배우 마니 닉슨(Marni Nixon, 1930~)이 맡았다. 결국 그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대역을 쓴 오드리 햅번은 후보에도 선정되지 못했고,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1964)에서 열연한 줄리 앤드류스가 여우주연상을 수여하게 된다.

영화에서 오드리 햅번은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만, 만일 오드리 햅번이 노래를 매우 잘하는 가수였고, 누군가가 오드리 햅번처럼 꾸미고 오드리 햅번인 양 노래했다면 이는 범죄가 될 수도 있다. A씨는 가수 B씨를 모방하여 활동하는 이른바 이미테이션 가수이다. 그런데 A씨는 가수 B씨의 노래를 모창하는 것이 아니라 가수 B씨의 성명과 비슷하게 예명으로 활동하면서 가수 B씨의 외모를 유사하게 따라하는 식이었다.

A씨는 본인이 활동하던 나이트클럽의 운영자와 공모하여, A씨가 나이트클럽에 출연하면서도, 마치 사람들에게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유명 가수인 B씨인 것처럼 B씨와 유사한 복장을 하고, B씨의 음반을 그대로 틀어 놓은 채 입모양만 따라하는 속칭 ‘립싱크’를 하는 방법으로 공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2005년부터 1여 년간, 나이트클럽 내 전광판에 ‘특별출연, 인기가수 B’라고 공고하고, 나이트클럽의 무대 사회자는 그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A씨가 가수 B씨를 모방하는 이미테이션 가수임을 밝히지 않은 채 마치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 있는 가수인 B
씨가 출연한 것처럼 ‘인기 유명 가수, 히트곡이 많은 가수’라고 소개하고, A씨는 B씨가 일반적으로 공연할 때 B씨의 외양을 꾸미는 방법과 똑같은 모습으로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독특한 모양의 수염을 기른 다음 B씨의 행동 등을 흉내 내면서 B씨가 실제 부른 노래 4곡을 틀어놓고 립싱크 방식으로 공연을 하고, 손님이 요청하는 경우 B씨의 이름으로 B씨가 실제로 하는 서명과 유사한 서명을 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나이트클럽에서 90회 넘는 공연을 하였다.

법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기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이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 즉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면서, 가수 B씨의 일반적인 공연활동은 ‘영업상의 활동’에 해당하고, 가수 B씨가 공연활동을 하면서 사용하는 이름, 외양, 히트곡 제목 등은 총체적으로 그의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가수 B씨의 성명, 히트곡 제목, 독특한 외양 등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인정하였다.

이에 A씨는 가수 B씨의 영업표지와 같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함으로써 B씨의 가수로서의 영업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이로 인해 A씨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재훈
이재훈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변호사 /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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