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브랜드 마케팅

2018-04-14     아츠앤컬쳐
Olympian Zeus in the sculptured antique art

 

[아츠앤컬쳐]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늘 전쟁 중이었다. 이에 기원전 776년 도시국가 간 전투를 휴전하려는 목적으로 첫 올림픽경기가 개최됐다. 올림픽 경기 중에는 전쟁뿐만 아니라, 사형도 중지했다. 올림픽경기에 자국 선수를 보내고 또 타국 선수의 이동을 존중하는 행위는 휴전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서기 393년 제293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고대 올림픽은 종말을 고했지만, 그 후 1892년 피에르 드쿠베르탱은 유럽 평화의 수단으로 올림픽 재건을 주창했다. 유럽 각국 간의 정치 외교적인 긴장감을 스포츠로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막을 내렸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지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두 번째 올림픽이자 첫 번째 동계올림픽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정치적 외교적 측면이 부각되어 비난을 받기도 하였으나, 어쩌면 그것이 올림픽의 근본 취지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의 경쟁 못지않게 부각되는 것이 올림픽을 통한 마케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헌장 40(Rule 40 Guidelines)’을 통해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올림픽 관련한 광고와 홍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공식 후원사에만 부여했다. 위의 ‘룰 40’은 선수들이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서 비공식 후원사를 언급만 해도 메달을 박탈한다거나, 비공식 후원사가 광고나 홍보에 올림픽 선수를 보여주는 것까지도 금지할 만큼 대단히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직위원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대한체육회(KOC), 대한장애인체육회(KPC)와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라 조직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회 브랜드가 결정되어 사용되었다. 이에 평창동계올림픽의 명칭, 엠블럼, 마스코트 등에 대해서도 조직위원회가 사용권리를 보유하며, 대회 브랜드를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는 대회 공식 후원사에만 독점적으로 제공된다.

Three runners, British Museum(332-333 BC)

그뿐만 아니라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에 의하여 대회 브랜드가 보호된다.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휘장, 마스코트 등 대회 관련 상징물 등을 사전에 조직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사용하려는 경우에는 조직위원회와 사전에 별도로 협의하거나 조직위원회의 사전 허락을 얻어야 하며, 협의 또는 허락을 얻어 콘텐츠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출처가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임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른 인터넷사이트에서 게재하는 경우에도 단순한 오류 정정 이외의 내용의 무단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전 승인 없이 대회 브랜드를 마구잡이 식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법망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가진 상징성과 이슈를 가져오려는 소위 ‘매복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진행되면, 매복 마케팅에 관한 자문 요청이 많아진다. 실제로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매복 마케팅이란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으로,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마치 공식적인 스폰서이거나 후원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매복 마케팅은 원칙적으로 해당 상표나 표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비슷한 효과를 내어 광고를 하는 것이므로 기존의 「상표법」으로는 규제하기 어렵다. 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법리에 따라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그 허용 범위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이 없고 모호한 측면이 있다.

Weapon Race, Louvre Museum(480-470 BC)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25조의3에서도 매복 마케팅에 대하여 규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서는 매복마케팅의 금지라는 제목 하에 특정 기업, 사업자 또는 그 상품과 서비스를 대회, 국가대표 선수, 대회 경기종목 또는 대회 관련 시설과 연계하거나 응원과 연계하여 대회나 조직위원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 기준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를 예상하기는 쉽지가 않은데,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제적 이벤트에서 항상 매복 마케팅이 이슈가 되지만 행사에 즈음하여 단기적으로만 이슈가 되기에 소송과 같은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 또한 명확한 기준의 제시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특허청은 SK텔레콤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캠페인 광고에 대해 광고 중단 권고를 내렸다. 특허청은 SK텔레콤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스노보드와 스키, 스켈레톤 등 동계올림픽 종목을 광고에 등장시켜 공식 후원사인 것처럼 혼동을 준 매복 마케팅을 펼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와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 등을 모델로 등장시켜 올림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SK텔레콤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것으로 시청자들을 혼동시켰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또한 해당 광고로 SK텔레콤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 또는 조직위와 조직상·재정상·계약상 어떤 관계가 있다고 오인하게끔 하여, 거액의 후원금을 지불한 다른 공식 후원사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 롯데, 포스코, KT, 한국전력, 대한항공 등은 각각 500억 원 이상을 후원했다고 한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제도연구팀장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