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힉스와 인스타그램
[아츠앤컬쳐] 론 힉스(Ron Hicks)는 1965년 트럭운전사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아들 넷 중 한 명으로, 미국 오하이오(Ohio)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났다. 이후 콜로라도(Colorado)주 덴버의 파크힐(Park Hill)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론 힉스가 13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이혼을 하고 이에 그는 어머니와 함께 콜럼버스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만난 미술 선생님이 론 힉스에게 그림을 그려보기를 권유했는데 이때부터 론 힉스는 재능을 꽃피우며 많은 그림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
사실 화가였던 어머니와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콜럼버스 예술 디자인 대학(Columbus College of Art and Design)에 진학하고, 다시 덴버로 돌아가 광고 디자인으로 학위를 받는다. 이후 광고 에이전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일을 하면서 따로 밤에 시간을 내어 그림 실력을 키웠다. 그는 광고업계에서사람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 묘사 방식을 습득하는 동시에, 이를 자신만의 유화에 접목시켰다. 이후 그의 작품에 감탄한 딜러 등의 지원에 힘입어 전업 화가로 변신한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54세인 론 힉스는 밝지 않으면서도 불분명한, 모호하면서도 순수하지 않은 색을 주로 활용하여 본인의 감정을 전달한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회색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색과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도 “회색이 그림 전체의 색조를 설정한다.”라고 말한다.
론 힉스의 작품은 인상주의(impressionism)와 재현예술(representational art)과의 조화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몇몇 비평가들은 론 힉스의 작품을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나 도미에(Daumier, 1808~1879)와 비교하기도 한다. 일부는 그의 작품에서 드가(De Gas, 1834~1917)의 작품을 떠올리기도 한다. 물론 그의 그림 속 아이디어와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대적이다. 그의 주된 주제는 ‘그녀의 편안한 모습’, ‘친밀한 순간’, ‘평범한 나의 주변’, ‘사랑하는 이와 낭만적 순간’, ‘수수께끼 같은 모습의 그녀’ 등이다. 때로는 포옹이나 열정적인 키스를 하는 연인으로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순수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매혹적이고, 대담한 듯 보이나 또 두려운 모습을 한 현대인 그 자체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론 힉스 관련 기사나 문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그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어렵다. 다만, 론 힉스의 그림들은 사진 및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 플랫폼(flatform)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서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인스타그램은 ‘인스턴트’(instant)와 ‘텔레그램’(telegram)이 더해진 단어로, ‘세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공유한다’(Capturing and sharing the world’s moments)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0년 출시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SNS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 트위터와 차별화된 점은 이미지(image) 중심으로 서로 네트워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미지를 업로드하면서 해시태그(#)를 달아 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검색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손쉽게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론 힉스 본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본인의 그림을 다른 인스타그램 유저가 론 힉스의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관련 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A는 인스타그램에 골프웨어를 입은 사진과 함께 골프웨어 브랜드명을 해시태그로 달아 본인 계정에 이미지를 올렸다. 이 골프웨어 브랜드의 국내 수입업체는 인스타그램으로 브랜드 해시태그를 검색하다가 A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 사진을 그대로 캡처하여 자신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이 이미지를 그대로 업로드하였다(A의 인스타그램에서 캡처한 이미지라고 명시하였음).
A는 골프웨어 브랜드 국내 수입업체에 이를 항의하였고 이 업체는 바로 A의 이미지를 삭제하였다. A는 자신의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업체에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업체는 인스타그램 홈페이지에 게재된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이 사용자가 사진, 댓글, 기타 내용 등 게시물(사용자 콘텐츠)을 서비스에 게시하고 사용자가 게시물을 공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에 동의하게 됩니다. 즉 서비스를 통해 전체 공개하신 사용자 콘텐츠를 다른 사용자가 이 개인정보취급방침의 약관 및 인스타그램의 이용약관에 따라 검색, 조회, 사용, 공유할 수 있습니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A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이미지는 다른 사람들이 검색, 조회, 사용, 공유할 수 있도록 사전에 허락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고,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설령 업체의 주장대로 인스타그램의 이용약관이 사용자의 콘텐츠를 임의로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영리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허락하는 것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업체가 이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은 자신들의 영업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영리 목적으로 이 사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A가 예상하거나 허락한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A의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권 및 초상이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다만 법원은 업체가 A에게 배상할 위자료 액수를 30만원으로 정하였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제도연구팀장,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