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VE Bára Prášilová

2016-04-07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한 소녀가 가지런하게 양 갈래로 땋은 자신의 머리를 손에 들고 줄넘기를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밝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Pastel tone)의 컬러, 마네킹처럼 매끈한 피부, 살짝 벌어진 강렬한 붉은 입술과 발그레한 볼, 극도로 절제된 구성의 프레임(Frame) 안에는 현시대 여성들의 로망을 완벽하게 실현해주고 있는 마르고 긴 팔다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박제되어 있다.

체코 출신의 사진작가 바라 프라실로바(Bara Prasilova, 1979)는 실레지안 대학(Silesian University)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프라하(Prague)를 무대로 패션사진과 순수예술사진 분야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하며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녀의 사진은 아직 탐험한 적도 없고 발생되지도 않은 무한한 상상의 기억, 모순, 현실과 허구의 조합으로 구성된 작가의 시각적 세계를 보여주며 다소 침울하면서도 긍정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는 명랑함과 특유의 유머가 투영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몽환적(夢幻的)인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한 동물, 길게 땋은 머리로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소녀, 기괴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은 모두 초현실주의(Surrealism)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때때로 나는 촬영 중에 숨 쉬는 것을 잊어버린다”

‘Evolve(진화하다)’ 시리즈에서 길게 땋은 머리의 메타포(Metaphor)는 무엇일까? 작가는 사진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녀가 설정한 머리카락은 인간의 감정, 걱정과 두려움의 맥락으로 읽을 수 있는데 그것은 누군가를 자신에게 묶어두기 위해, 혹은 느슨하게 풀어주기 위해 사용하는 ‘끈’을 상징한다. 작가는 우리가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머리카락처럼 흥분, 불안, 두려움의 가닥이 ‘Evolve 시리즈’를 해독하는 열쇠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바라 프라실로바(Bara Prasilova)는 현재 광고사진과 패션사진에서 커다란 명성을 얻고 있지만 패션사진가로서의 ‘나’를 부정하고 고도로 양식화된 이미지 안에 사회에 대한 개인적 관점을 삽입하여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를 허무는 자신만의 유니크(Unique)한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작가는 세밀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며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치 외과의사처럼 체계적으로 각각의 장면(scene)을 시뮬레이션(simulation)한 후 촬영을 진행한다. 사전에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고 모든 컷을 스케치하며 스텝들과 함께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검토하는데 그 결과 의상, 헤어, 메이크업을 포함한 사전기획안은 거의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연출된다. 또한 작가는 기술적으로도 완벽함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도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지 않으며 모든 촬영은 플랜대로 작가의 고유한 시그너처 스타일(signature style)에 따라 긴장된 침묵 속에 진행된다.

패션브랜드인 퀵실버(Quicksilver)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프라실로바는 2009년과 2011년에는 체코의 디자인아카데미에 의해 올해의 사진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4년에는 사진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핫셀블라드 마스터즈(Hasselblad Masters Award)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름다움과 순수함, 그리고 유머를 사랑하는 바라 프라실로바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는 또 어떻게 ‘Evolve’될지 그녀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글 | 김이삭
전시기획자, Art Director, (주)이삭 아르테포베라 대표
director@issa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