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엑스포 Expo Milano 2015
[아츠앤컬쳐] 세계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지금 ‘밀라노 엑스포 2015(World Exposition Milano 2015, Italy)’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인류를 위한 지속적인 먹거리를 모색하는 이번 밀라노 엑스포는 세계박람회기구(BIE) 공인 엑스포로 5년마다 개최되는 등록 박람회로서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매우 높다. 2015년 올해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주제로 전 세계 145개국의 전문가, 연구원, 사업가, 예술가, 요리사 등이 대대적으로 참가해 각 나라의 다양한 음식문화와 미래를 향한 식량공급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10월 31일까지 6개월간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밀라노 엑스포에 예상되는 전체 관람객 수는 2,000만 명으로 이탈리아 관람객 1,400만 명에 해외관람객 600만 명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힘을 합쳐 ‘한국 국가관’을 설치하고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인 우리 ‘한식’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면적 3,880㎡에 건축된 한국관은 그 규모가 참가국 중 9번째로 크며, 조선시대 백자인 ‘달 항아리’를 모티브로 부드러운 곡선에 전체 흰색의 모던하고 심플한 미래지향적 건축물로 멋지게 완성시켰다. 달 항아리 백자는 당시 양반들의 관상용뿐만 아니라 간장이나 젓갈 등 음식물을 저장하는 용기로도 쓰였다고 한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의 주제는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로 선정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식의 우수성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투박한 우리의 전통 옹기를 앞세워 ‘발효와 저장’이라는 한식에 담긴 지혜를 강조했다. 360여 개의 옹기를 양쪽으로 나누어 배치하고 옹기 상부를 스크린으로 이용해 한식의 멋과 맛을 영상 예술로 표현하는가 하면, 두 개의 로봇팔에 스크린을 부착시켜 한식 재료를 소개하는 코너도 있고 초대형 옹기를 설치하고 그 안에 원구 형태의 영상 스크린을 이용한 콩의 발효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보이는 등 다방면으로 발효로 상징화되는 한식의 건강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는데 많은 관람객에게 평가가 좋았다.
여러 개의 모든 전시 공간을 통과하고 1층 출구로 내려가면 전시실에서 접한 우리의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맛이 일품이다. 한식당 옆에 위치한 문화상품관에서는 한국전통 공예품 및 한국음식문화와 관련된 실내소품과 먹거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모든 각도에서 주의를 기울여 철저히 준비한 엑스포인 만큼 한식의 우수성을 잘 알려 전 세계인들이 자신들의 일상에서 쉽게 한식을 접하고 또 인기 많은 국제적인 음식으로 우뚝 솟을 날을 기대해 본다.
세계적인 박람회인 만큼 그 거대한 규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압도되는데 길이 1.7km 도로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각 나라의 개성이 잘 표현된 국가관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다. 많은 국가관 중에서 필자의 관심을 특별히 자극한 러시아관 및 쿠웨이트관과 프랑스관 등인데, 외관의 멋들어짐뿐 아니라 전시 내용 면에서도 그들만의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나는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과연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각 나라에서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 행사와 먹거리 제공은 엑스포 방문을 더욱 흥미롭고 활기차게 해주는데,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나라의 음식을 시식해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 생각된다.
모든 국가관을 지나 지친 몸을 이끌고 행사장 맨 끝쪽에 다다르면 이탈리아 국가관 상징인 일명 ‘생명의 나무(L’Albero della Vita)’가 아레나 호수 한가운데 우뚝 솟아 피곤한 관람객들의 재충전을 담당하고 있다. 나무와 철강으로 만들어진 높이 37m의 생명의 나무는 로마의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 바닥에 새겨진 미켈란젤로 작품의 문양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특히 한밤중에 행해지는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불빛조명과 형형색색의 분수쇼는 그야말로 ‘생명의 나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눈부시게 변모된 ‘생명의 나무’ 예술작품의 독창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역시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문화 칼럼니스트
lavitaj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