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령의 신 ‘헤르메스’

시대는 능력을 갖춘 독특한 괴짜를 원한다

2015-08-08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세계의 자본은, 독특함을 지닌 인재를 향해서 움직인다.
3대 세계 경영석학으로 꼽히는 톰 피터스는 “열정이 있는 괴짜, 그들을 쓰는 조직이 결국은 미래를 주도한다.”고 했다.
톰 피터스는 《미래를 경영하라》는 책에서 인재에 대해서 이렇게 조언한다.
“인재는 계속 부족할 것이다. 당신에게 진정한 독특함이 있다면 온 세상이 당신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

어느 대기업에서는 원하는 사람의 조건으로 이 세 가지를 꼽기도 했다.
도깨비처럼 늘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도
자기주장을 남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고
남의 얘기도 경청할 수 있는 사람

능력을 갖춘 독특한 괴짜! 그런 사람이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면, 신화 속에서는 단연 헤르메스가 인재의 조건에 꼽힐 것이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메르쿠리우스’, 영어로는 ‘머큐리’로 불리는 신이다.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 사이에 태어난 헤르메스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아기였다. 그는 곧바로 요람에서 나와서 도둑질부터 시작했다. 아폴론이 키우던 소의 무리를 훔친 것이다. 그는 소의 무리를 훔치면서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서 소에게 나뭇가지를 엮은 신발을 신고 동굴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거북이를 보자 거북이 등에 소의 내장을 연결해서 하프를 만들었다. 다음날 아폴론은 제우스에게 헤르메스가 소를 훔쳐갔다고 호소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불러 소를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헤르메스는 소를 숨겨놓은 곳으로 아폴론을 데려갔다. 그리고 만들어두었던 하프를 연주했다. 아폴론이 누구인가. 태양의 신이기도 했지만 음악의 신이기도 했다. 헤르메스가 연주하는 음악에 감동을 받은 아폴론은 비파와 소를 맞바꾸자고 했다. 헤르메스는 이번에는 갈대피리를 만들었다. 아폴론은 그것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황금지팡이와 바꾸고 말았다. 그 후 케리케이온이라는 지팡이는 헤르메스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작은 돌로 행하는 점성술을 가르쳐주고 나서야 피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헤르메스는 그렇게, 태어나자마자 거래를 시작했는데 그 능력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헤라는 다른 여자에게서 낳은 자식은 무조건 미워했다. 그러나 헤르메스만큼은 헤라의 젖을 먹고 자랄 수 있었다. 헤르메스는 술수를 써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이렇게 속삭였다. “저 당신 아들 아레스예요.” 헤라는 헤르메스를 안아 젖을 물렸다. 헤라의 체온에 아기가 익숙해졌다. 그때 헤르메스는 정체를 밝혔다. 헤라는 화를 낼 수 없었다. 헤르메스가 귀여움을 떨어대니 미워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언변이 뛰어나고 거래에 능한 헤르메스였기 때문에 도둑의 신, 상업의 신으로 불리게 되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의 이런 재능을 사랑해서 그를 신과 인간에게 제우스의 뜻을 전하는 전령으로 삼았다. 중간에서 말을 전하는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 헤르메스에게서 ‘해석학’이라는 말이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제우스의 뜻을 읽고 해석해서 신과 인간에게 잘 설명해주는 일을 헤르메스가 도맡아 하게 되었다.

또, 죽은 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래서 ‘영혼의 인도자’라는 의미의 ‘사이코포모스’라는 별칭을 가지게 되었다. 헤르메스는 여행자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헤르메스는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늘 표현되는데, 날개가 달린 넓은 차양의 모자를 쓰고 발에도 날개가 달린 샌들을 신었다. 그리고 손에는 전령의 지팡이를 늘 들고 다녔다. 아폴론에게서 얻은 케리케이온이라는 그 지팡이에는 뱀 두 마리가 서로 몸을 꼬고 있었는데, 그것은 데메테르와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었다.

그리스 신화 구석구석에 헤르메스가 등장한다. 헤르메스는 그렇게 제우스를 비추는 거울과 같았고 그의 그림자와 같았다. 헤르메스는 늘 엉뚱했지만 무엇인가를 늘 도모했다. 그는 늘 즐거웠고, 그 즐거움이 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성공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동경하는 직업을 가진 자의 성공도 있고, 봉사의 기쁨을 누리는 성공도 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자의 성공도 있고, 즐겁게 일하는 자의 성공도 있다. 그런데 김용택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 길은 아름다운 길이고, 치열하고 힘든 길이다.
그 힘든 일을 즐겁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일 것이다.”

즐겁게 일하다보면 어느새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있다. 즐겁게 일하다보면 행복해지고 그러므로 그것이 최고의 성공이 되어준다. 아직 즐거운 것을 찾지 못했다면 우선은 가장 즐거운 것을 찾아볼 일이다. 그리고 그 즐거운 일과 연애에 빠져볼 일이다.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아버지는 말하셨지>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명작에게 길을 묻다> <감동의 습관> 등의 저서와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