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을 파는 미술관

2020-07-14     아츠앤컬쳐
UAE 아부다비에 신축 중인 ‘구겐하임 아부다비

세계에서 반 고흐 컬렉션이 가장 방대해 암스테르담 필수 코스가 된 네덜란드의 보물 반 고흐 미술관이 고흐의 4쪽짜리 편지를 21만600유로(약 2억8700만 원)를 주고 사들였다. 편지는 1888년 11월 초에 반 고흐와 고갱이 함께 쓴 것으로 친구 에밀 베르나르에게 부친 것인데 2020년 6월 17일 프랑스 파리 드루오 경매장에서 반 고흐 미술관에 낙찰되었다. 미술관 측은 이 편지는 반 고흐가 미술가에게 쓴 유일한 편지라 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며 미술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간송미술관

한편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가장 자존심 높은 기관 중 하나인 간송미술관이 국가 보물로 지정된 컬렉션을 두 점이나 경매에 내놓아 우리 문화예술계를 완전 혼돈상태에 빠뜨렸다. 지난 5월 27일 진행된 K옥션 경매에서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은 각각 15억 원의 최초 입찰가에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일단 경매는 무산되었다. 모든 언론이 이에 안타까움을 표했으며 한겨레신문 노형석 기자는 ‘“어렵게 지켜낸 민족의 보물이니 되팔기를 흥정하지 말라.”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의 금칙이 무너진 건 한 순간이었다. 간송 신화에 조종을 울렸다.’고 썼다.

photo by elcarito, 구겐하임 빌바오

대구시는 도시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명망 높은 서울 간송미술관의 대구 분관을 설립하여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고자 한다. 대구시가 2022년 완공 예정으로 대구 간송미술관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스페인 빌바오가 ‘구겐하임 빌바오 분관’을 유치함으로 퇴락했던 도시에서 활성화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과 UAE가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아부다비 분관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구겐하임 빌바오는 컬렉션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세계적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초현대적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아부다비 구겐하임도 프랑크 게리의 디자인으로 현재 건축 중이다.

photo by reno laithienne,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오리지널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역사는 미국 철강업계의 거물이자 자선사업가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66세였던 192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구겐하임은 당시 독일 화가이자 이론가인 힐러 리베이의 소개로 칸딘스키의 화실을 찾아 통 크게 150점이상의 작품을 구입했다. 그래서 현재도 뉴욕 구겐하임은 전 세계에서 칸딘스키 컬렉션이 가장 많다. 계속하여 힐러 리베이는 구겐하임에게 루돌프 바우어, 로버트 들로네 등의 작품을 사게 했다.

그는 1930년대에 처음으로 ‘솔로몬 구겐하임 비구상 회화전’을 개최했다. 1937년에 솔로몬 구겐하임 재단을 설립하고 힐러 리베이를 큐레이터로 지명했으며 1939년에 뉴욕에 ‘비구상회화 박물관’을 열었다. 이어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선정하여 세계적 현대미술의 메카이자 현대건축사에 빛나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건물을 1953년 착공하고 1959년 완공했다.

당시로는 충격적 디자인의 이 건물에 사람들은 경탄했고, 미술품 거물 거래상 저스틴 탄하우저는 1963년에 현재 추정가로 수천억 원이 훨씬 넘을 방대한 근현대 미술품들을 모두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기증함으로 구겐하임의 세계적 명성을 확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탄하우저의 기증품은 오늘날 전 세계 미술관들이 돈을 주고도 사기가 힘든 반 고흐, 고갱,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다수 작품과 피카소 작품이 30개가 넘는 엄청난 규모였다.

베네치아 구겐하임 미술관

1976년에는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 페기 구겐하임도 솔로몬 구겐하임 재단으로 그녀의 컬렉션 소유권을 모두 넘겼다. 여기에는 변기 전시로 유명한 마르셀 뒤샹, 막스 에른스트, 피카소의 작품들과 잭슨 폴록의 11개 작품 등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 페기 구겐하임은 훨씬 이전인 1949년 이탈리아 베니스의 대수로 변에 1750년에 지어진 빌라 한 채를 구입해 전시회를 했었다. 1979년 페기 구겐하임이 세상을 떠난 후 솔로몬 구겐하임 재단은 베니스 빌라 소유권을 이어받아 1980년부터 ‘베니스 구겐하임미술관’의 일반 개방을 시작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덕분에 베니스 구겐하임미술관을 방문하면 누구나 압도적으로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수백억짜리 멋진 그림들을 감상하며 유리창과 베란다를 통해, 때론 마당에 나와서 저 유명한 베니스의 대수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서울 간송미술관의 충격적 보도를 접하며 ‘서울 간송미술관’은 물론 ‘대구 간송미술관’ 프로젝트도 세계 곳곳 구겐하임 뮤지엄의 성공적 세계화를 모델로 심기일전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