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정신

2014-10-04     아츠앤컬쳐
© CHANEL/photo Karl Lagerfeld

 

[아츠앤컬쳐]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샤넬 전시회(2014.8.30~10.5)를 둘러보면서 왜 샤넬이 명품 중의 명품인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샤넬이 명품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정성스럽게 모아서 보여주려는 샤넬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샤넬이 ‘The Sense of Places’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해서 2014년 3월에 개관한 서울의 DDP에서 열고 있는 전시회는 많은 의미를 갖게 한다.

이번 전시는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 1883~1971)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장소를 통한 샤넬만의 창조적 언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개의 전시관(M3, A1)에 10개로 구분해서 마련된 전시공간은 마드모아젤 샤넬의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를 보여주는데 각각의 장소가 샤넬의 디자인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명한다. 오바진(Aubazine)에서 도빌(Deauville)까지, 파리(Paris)에서 베니스(Venice)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통해 가브리엘 샤넬은 상상의 나래를 폈고 그가 얻은 이미지와 추억들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 Alexander Liberman Photographic Collection & Archives Research Library, the Getty Research Insitute, Los Angeles

이번 전시에서는 샤넬의 패션과 주얼리, 향수, 시계 그리고 500점 이상의 다양한 사진과 책, 오브제, 원고, 기록물, 예술 작품을 통해 샤넬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특히 전시관 안에 마련된 영상실에서는 1973년부터 2014년까지 샤넬이 세계각지에서 제작한 CF광고를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매우 흥미로웠고 여기에서도 샤넬이 추구하는 ‘장소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한쪽에 따로 마련된 도서관에서는 샤넬이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읽어 볼 수 있다.

노래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클럽의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샤넬은 나중에 극작가였던 장 콕토, 화가 피카소,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등이 주최한 살롱에 출입하면서 사교계의 거물이 되었고, 그녀가 깊이 사귄 남자들은 모두 급사하거나 파산했다는 얘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와 사귄 문제로 여론이 악화되어 샤넬은 전쟁이 끝난 후 잠시 스위스 로잔에서 망명생활을 했다는 얘기를 통해 어느 정도 그녀의 굴곡진 삶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고아원과 수녀원에서 지내면서 그때 눈에 익숙했던 수녀복에서 영감을 얻은 샤넬이 후에 자신의 작품을 심플한 디자인과 검은색과 흰색을 주로 사용해서 샤넬을 지금의 명품으로 탄생시켰다는 얘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87세를 일기로 파리의 호텔에서 생을 마감한 샤넬의 유해는 나치에 협력하고 프랑스를 배신했었다는 이유로 스위스 로잔에 안치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샤넬 전시가 열린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명품에 열광하는 나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한한국의 서울에서, 그것도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으로 탄생한 DDP에서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은 샤넬의 탁월한 감각이 돋보인 선택이었다. 이번 전시가 ‘장소의 정신’을 추구하는 샤넬의 선택이었기에 2015년 이후로 샤넬이 선보이게 될 패션이나 향수는 물론이고 CF광고에서 서울과 자하 하디드의 DDP 이미지를 보고싶다면 지나친 기대감일까?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