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미앤유'

세속적 휴머니즘

2014-03-15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앙드레 바쟁은 영화를 고대 이집트의 미라 제조술에 비유했지. 장 콕토는 ‘현재 진행형의 죽음’으로 불렀었고, 둘 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저 당혹스러운 비밀을 제각기의 관점에서 얘기한 것이네. 곧 영화의 한 장면은 생명의 한 부분으로서, 관객에게 정보를 주는 척하면서 실은 의문을 던져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들어 일종의 공범자, 공모자로 만들어 버리곤 하지.”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 영화로 성(性)과 정치를 잘 결합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왔던 베르톨루치의 새 영화 <미앤유 Io e Te>가 개봉을 하였다. <몽상가들> 이후 10여 년 만에 <미앤유>로 돌아온 베르톨루치는 재미있고 강렬한 영화로 자신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임을 칸영화제에서 보여주었다.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세속적 도덕성’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1946년 제정된 이탈리아 최고의 영화상인 나스트리 다르젠토(Nastri d’Argento)상을 수상했다. 니콜로 암마니티(Niccolò Ammaniti)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 “50만 명이 이미 읽었거나 여전히 읽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처음입니다. 지하실에 암마니티가 무슨 비밀을 숨겨두었는지 궁금합니다.”라고 감독은 말한다.

<미앤유>는 주인공 로렌조가 스키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지하실에서 혼자 보내게 되는 이야기이다. 일주일 동안 비좁고 먼지가 쌓인 지하실에서 어린 소년과 이복 누나와의 친밀하지만, 혼란스럽고 매우 강렬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복 누나가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14세 소년 로렌조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두 주인공이 펼치는 스토리는 사소한 일들이지만 매력적이며, 비정치적인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뉴웨이브 정신을 소생시키는 영화가 된다. 주인공 소년 로렌조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학교를 싫어하는 14세 소년으로 어머니는 심리치료사에게 진료를 받게 한다. 자아도취증 진단을 받고, 그는 어느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소년으로 학교에서는 친구도 없고 부모와의 관계는 환상을 토대로 한다. 어머니와 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부적절한 커플로 생각할 거라 상상한다. 게다가 만약 재난이 생겨서 두 사람만 남게 되어 이 지구상에 다시 인간들이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황당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다행히 로렌조가 학교에서 스키여행을 간다고 해서 부모들은 안심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로렌조는 버스를 타는 대신 혼자 있을 기회가 생긴 것을 기뻐하면서 자신의 집 지하실에 숨어든다. 그는 일주일 동안 판타지소설을 맘껏 읽을 생각으로 개미사육 상자, 노트북을 가지고 혼자 지낼 준비를 했다. 하지만 머물 곳이 필요한 20살이 넘은 이복 부나 올리비아가 나타나자 로렌조가 상상했던 꿈이 깨지게 된다. 올리비아는 마약 중독자인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숨어들어온 것이다.

사진 제공 AUD

로렌조는 올리비아의 행동, 예술적인 열망, 그녀가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로 흥미를 가지게 된다. 영화는 두 사람 사이에서 점차적으로 발전하는 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들은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고, 정확히 남매도 아니면서, 이 세상이 자신들에게 던져준 모든 불행에 맞서는 동맹자가 된다. 그들은 함께 성찰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신들의 성격을 즐기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영화는 절망, 어려운 사회적 관계 및 가족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끔 살아가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게 되고, 갑자기 생긴 우연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베르톨루치는 탈근대성으로 감정선들을 건드리면서, 집단 따돌림, 문제가정, 갈등을 다루는 드라마로 돌아온 것이다. 영화에서 베르톨루치적인 특징이 존재하는데 마지막 쇼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트뤼포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면도 있다.

<미앤유>에서는 이전 작품들에서 표현되었던 성(性)이 무의식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10여 년 만에 베르톨루치는 청소년기, 정신분열증, 성(性), 새로운 유대에 관한 대작을 만들어서 영화계로 되돌아온 것이다.

베르톨루치가 앞서 언급한 원작자가 지하실에 숨겨놓은 비밀이 무엇일까? 영화의 주인공인 로렌조, 올리비아 그리고 관객들이 타자에게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각자 자신의 유령을 정복해야 하는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를 찾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속적 휴머니즘- 신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세계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책임진다는 신념. (폴 커츠)

정란기
이탈리아 문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단체인 이탈치네마(italcinema.com), 뉴이탈리아 영
화예술제(www.ifaf.co.kr)를 주최하는 등 이탈리아와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엮은 책들과 역서로 <영화로 떠나는 시네마천국_이탈리아>, <난니모레티의 영화>, <비스콘티의 센소_문학의 재생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