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앤틱의 절정, 루이 15세 가구

Mobilier d’époque Louis XV

2013-11-07     아츠앤컬쳐
Bureau du roi Louis XV, marqueté. Réalisé par J.F.Oebenet Jean-henry Riesener (maitre en 1768). Château de Versailles

 

[아츠앤컬쳐] 프랑스 앤틱가구의 전성기인 18세기에 탄생한 루이 15세 가구는 앤틱의 꽃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에는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의 열기가 뜨거웠다. 무엇보다 1715년까지 집권했던 루이 14세 시대의 17세기 문화, 즉 옛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움직임이 두드려졌다. 루이 15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가구디자이너들에게는 과거에 표현의 자유 없이 왕권의 지휘하에 제작하였던 가구를 자신의 창작혼을 담아 제작하게 되었다. 예컨대 기능인에서 예술가로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프랑스 앤틱가구의 최고 절정기인 루이 15세의 집권기는 1723년부터 1774년까지이며 당시 프랑스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의 발전으로 문화예술이 많이 발전하였다.

프랑스 가구사의 황금기인 루이 15세 앤틱가구에 대하여 파리예술경영대학 EAC의 프랑수아 마르팽(François Marfaing)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마르팽 교수는 1995년부터 EAC대학에서 앤틱가구의 역사를 가르치며 미래의 앤틱가구 전문가들을 양성할 뿐 아니라, 앤틱가구 복원아틀리에인 <캐비넷 마르팽 패라그네(Cabinet Marfaing-Ferragne associés)>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앤틱가구 복원전문가협회의 정회원인 마르팽 교수는 파리의 에꼴 불르(Ecole Boule)와 벨기에의 투르네에 소재한 셍뤽 인스티튜트(Institut St Luc)를 졸업했다.

로카이 스타일(Style Rocaille)의 탄생
루이 15세 가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새로움, 즉 혁신이다. 다른 왕권의 가구 양식도 매번 기존의 것을 깨뜨리고 새롭게 창조됨으로써 역사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루이 15세 가구는 ‘혁신 중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흐름을 살펴보면, 루이 14세 가구가 프랑스 가구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밑거름이 될 만한 기반을 마련했다면, 루이 15세 가구는 이를 토대로 가장 프랑스적이면서도 창의성이 뛰어난 새로운 양식임이 명확하다.

루이 14세 집권하에 가구공들은 마치 장인처럼 기술을 연마하는데 힘쓸 뿐 디자인을 비롯한 창의적인 부분은 왕실에서 모두 통제하였다. 반면, 루이 15세 집권하의 가구공들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창작혼을 불어넣은 작품 같은 가구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유명 가구디자이너들이 탄생하였고,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명작을 남겼다. 이렇게 가구제작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고, 루이 15세 집권기를 프랑스 앤틱가구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혁신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가? 간략히 표현하면 ‘화려하고 우아한 곡선미’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앤틱상은 익살스럽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루이 15세가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플레이 보이’같은 왕이어서 여체의 곡선미를 가구에도 적용했다.” 그의 얘기처럼 정말 루이 15세 가구에는 ‘컬’이 들어갔다고 할 정도로 비대칭적인 곡선미가 풍부하다. 곡선이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면서 마치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하다.

그 외에도 장식적 요소를 보면 리본이나 진주형태의 모티브를 새롭게 고안하였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듯 리본끈이나 진주목걸이를 늘어뜨린 것처럼 가구의 목재 부분을 조각하거나 브론즈를 주조하였다. 이러한 곡선미가 풍부한 양식을 프랑스어로는 로카이(rocaille)라고 칭하는데, 영미권에서는 로코코스타일이라는 표현을 통상적으로 사용한다.

장미목(bois de rose) 선호
가구를 감정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 어떤 목재를 사용하였느냐는 점이다. 루이 15세 가구에 사용된 목재의 특성을 살펴보면, 장미목 사용의 현격한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취향의 변화를 보면 색상과 톤이 환한 느낌을 주는 목재 사용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리고 장미목과 더불어 바이올렛 나무라든지 ‘아마랑트’라 불리는 자단나무도 새로운 소재로 등장하였다. 이처럼 브라질을 비롯한 해외에서 이국적인 원목을 들여오는 추세가 급증하였다. 반면 기존까지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던 흑단의 경우, 그 수요가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또한, 가구의 골조에 사용되는 원목 외에 표면에 장식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마케트리(marqueterie)’ 공법에도 다양한 목재를 혼합하여 사용하였다. 이는 가구의 표면에 여러 소재의 원목을 극도로 얇게 절단하여 마치 커버를 덮는 듯한 방식으로 장식 효과를 내는 것이다. 루이 15세 가구에는 ‘마케트리’에 이국적인 목재와 기존의 프랑스산 목재를 함께 사용하여 다양한 톤을 연출하였다.

참고로 그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프랑스산 목재는 호두나무다. 그 외에도 새로운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결과 목재장식 외에도 포슬린, 즉, 사기를 가구의 일부에 장식용으로 부착하기도 하였다. 프랑스 황실이 관활하는 도예촌인 세브르 제작의 사기가 활용되었는데, 이러한 가구는 매우 값진 명품에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중국풍의 문화가 왕실 및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중국 가구의 빛깔을 흉내 내 가구의 표면에 붉은색을 칠하거나 광택을 내기도 하였다.

루이 15세 앤틱가구 컬렉션
루이 15세 가구의 특징을 요약하면 밝은 톤의 목재 사용 증가, 곡선미의 절정, 그리고 기능성을 겸비한 편안함이다. 당시 새롭게 고안된 가구들 중에는 실용성과 편안함을 강조한 기능성 가구들도 있다. 예를 들면 화장하기에 편안하도록 등받이가 설계된 소파, 벽난로 옆에서 따뜻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높이가 낮게 설계된 의자, 그리고 기대어 누울 수 있도록 디자인된 긴 소파 등이다. 이와 같은 루이 15세 집권기에 최초로 등장한 가구들은 컬렉터들에게 언제나 인기가 많다.

앤틱감정사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컬렉터들이 루이 15세 앤틱가구로 모든 가구를 통일해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즉, 소파, 코모드, 침대, 책상 등 구입할 모든 가구를 루이 15세 가구로 통일할 정도로 애호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의 추세는 가구 전체를 하나의 양식으로 통일하기보다는 모던한 가구들로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꾸미고, 콘솔이나 코모드만 루이 15세 가구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 새로운 컬렉션 트랜드로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앤틱가구 시장의 시세를 보면, 고품격 가구는 시장의 흐름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연일 최고가로 거래된다고 한다. 그리고 대작 외에도 작은 가구들을 포인트 소품으로 구매하려는 컬렉터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2~3년전부터 부피가 작은 가구들의 가격 폭이 많이 상승했다고 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