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조 ‘소백의 미’

2013-11-13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안성으로 달려간다. 작가 작업실 방문은 나의 일의 일부인 것을 여전히설렌다. 작품을 만나고 작업 현장을 느끼고 작가의 삶을,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중 가장 귀하고도 맛깔나는 시간이다. 이기조 작가님의 작업실은 안성시가지에서 벗어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시골 길을 한참 달리고는 좁은 돌길을 따라 아슬하게 올라가니 컨테이너가 보인다. 하얀 의젓한 진돗개 한 마리가 낯선 손님을 반긴다. 처음 들어간 컨테이너에는 작품들이 놓여있고, 컴퓨터와 책들, 넓은 테이블이 있다. 사무실용으로 사용하시는 듯했다. 작가님 하시던 일을 마무리하시도록 잠시 기다렸다. 그곳에서 그의 백자를 처음 만났다.

 

평안하고 구성진 작품도 있고 힘이 기운이 넘치는 조형적 판작업 작품도 있다. 정갈하고 고요한듯한, 감성을 배제한듯한 차가운 느낌의 도자기도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눈에 담고 작품과 더 노닐고 싶었건만, 그곳에서 나와 작업실을 조심스레 지났다. 다른 컨테이너 안에는 수많은 도자기들이 있었다. 그릇, 제기, 머그잔, 생활에 사용되어지는 백자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그중 비슷한 모양이지만 한 점 한 점 각기 작가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접시들에 손과 눈이 머물렀다. 그저 너무 좋았다. 이 수많은 백색의 보물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저 작품들이 모두 작가의 손길을 타고 태어난 아이들이란 것이 진기했다.

작업실 마당에는 흰 흙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국산 백토가 귀하여 작가들은 수입 백토를 주로 사용한다. 중국에서 백토 원자재 수입이 끊기자 백토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형편이라 한다. 이기조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백토에 관한 열정이 가득하셨다. 그러던 차 우연히 지나가던 공사현장에서 백토를 만났다. 그의 백자는 살포시 푸르른 빛이 감돈다. 그의 삶의 공간에서 복숭아를 먹으며 커피를 한잔 마셨다. 모던하다. 정갈하다. 심플하고 간소한 공간이다. 열린 부엌과 넓고 길쭉한 너무도 탐나는 통나무 식탁, 주방에는 갓 담은 듯한 열무김치가 놓여있었다. 손수 김장도 하시고 미식가에 탁월한 요리솜씨를 지니셨다 한다.

 

소백을 말씀하신다. 힘을 풀고 다 내려놓는다. 인간은 꾸미기를 욕구한다. 힘을 뺀다는 것은 도를 이룬다는 것처럼 들린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흰색은 오묘하다. 무지갯빛이 다 모여서 생겨나진 백색. 모든 색을 다 품고 있건만 정작 흰색은 아무 색이 아니다. 물리적인 색을 초월한 빛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테다. ‘공’으로 해석하기도 또는 ‘순수’로 해석하기도 하고 백색을 통해 다양한 담론들이 오고 가겠건만, 이기조 작가는 소백의 미를 말한다. 노자의 ‘대약지졸’ - “가장 위대한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듯하다. ‘대교’는 자연이 그러하듯 힘주지 아니하고 그저 흐드러져 나오는,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소박의 미가 아닌가 한다.

수천의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통해 단련되어진 기술은 이미 작가의 손에 녹아들어가고 기술을 넘어서 흙과 손이 작가의 혼과 열정, 흥으로 절로 어우러진다. 자연스레 나오는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할 나위 없이 푸근한 충만감을 안겨주고, 무어라 말이 필요 없는 깊은 구수한 큰 맛을 품어낸다.

글 | 장신정
아트 컨설팅 & 전시기획. 국제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큐레이터.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수석 큐레이터. 홍익대학교 강사. NYU 예술경영/행정 석사. 전 MoMA P.S.1 전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