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낭만주의 Le Romantisme Noir

오르세미술관 Musée d’Orsay

2013-06-18     아츠앤컬쳐
Schwabe_La Mort et le fossoyeur

 

[아츠앤컬쳐] 파리지앵들이 주목한 전시가 있다. 현지 언론들은 최다관람객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본 전시를 앞다투어 대서특필하였다. 바로 오르세미술관에서 열린 <느와르 낭만주의(Romantisme Noir)> 전시이다. 화제의 전시를 기획한 오르세미술관 큐레이터 콤 파브르(Côme Fabre)를 만나보았다.

“이번 전시가 이렇게 놀라운 성공을 거둘 줄은 미처 몰랐다. 무엇보다 기쁜 소식은 평소에 전혀 미술관을 접하지 않는다는 청소년층을 비롯하여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이 전시를 보러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드라큘라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나 판타지소설, 만화영화에서 접하는 대중문화와 확연한 교차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대중문화야말로 ‘느와르 낭만주의’를 계승한 것이다.

Bouguereau_Dante et Virgile aux Enfers

 

또한, 이는 일반인에게 확산력이 높아서 예술과 대중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무는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 현 오르세미술관의 관장인 기 코즈발(Guy Cogeval)의 경영철학이다. 더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오르세미술관은 새롭게 리모델링을 하고, 쾌적하고 보기 좋은 전시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스타델미술관에서 최초로 기획되었다. 2012년 9월에 열린 이 전시를 본 오르세미술관 측에서는 소재의 참신함에 반하여, 서둘러 오르세미술관에서 <느와르 낭만주의> 순회전시를 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의 스타델미술관 전시의 경우 규모가 더 작기 때문에, 이번 오르세미술관 전시를 위하여 상당수의 작품을 추가적으로 섭외하였다. 또한, 초기의 컨셉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재해석을 통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전시로 거듭난 것이다.

Bocklin_Bouclier de Meduse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되었다. 느와르 낭만주의 탄생(1770~1850), 상징주의로 본 느와르 낭만주의(1860~1900), 초현실주의 속 재해석(1920~1940)으로 총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열두 편의 흑백영화상영을 통하여 관람객에게 폭넓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150년이 넘는 미술사를 거스르는 전시는 지극히 유럽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당시 어떻게 ‘느와르 낭만주의’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대륙에서 다양한 영역을 통하여 표현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문학, 회화, 음악, 장식미술은 물론 후에 흑백영화까지 어떻게 확산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스페인의 고야, 스위스의 퓨슬리, 프랑스의 들라크루아, 독일의 프리드리히, 영국의 윌리엄 블레이크, 네덜란드의 아리쉐퍼 등 상징적인 작가들의 걸작을 한데 모은 특별한 전시이다.

Duvocelle_Crane aux yeux exorbites

 

한편, 어떻게 포스터의 작품을 선정했느냐는 질문에 콤 파브르 큐레이터는 소상히 설명해주었다.

“이 작품이야말로 느와르 낭만주의를 대표할 수 있다. 독일계 스위스 화가인 카를로스 스와베(Carlos Schwabe)가 1900년에 그린 ‘죽음과 묘혈을 파는 인부’라는 작품이다. 사실상 이 작가는 많이 알려진 편이 아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인을 보아라. 모성애가 담겨 있는 듯한 아름다운 이 여인의 날개는 매우 날카롭고 치명적이다. 그리고 여인의 가슴 부분에 초록빛은 마치 형광빛처럼 밝다. 당시 X선 촬영의 발명이 예술에도 표현된 것이다. 실상, 그림 속의 노인이 무덤 자리를 파고 있는데, 결국 자신이 묻혀버릴 무덤을 판 것이다. 한편, 매우 아름다운 설경이다. 이처럼 낭만주의 독일 작가들의 작품에서 풍경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글 이화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