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한 무당이 있다는데…”
고영희의 컬러 오브 아프리카
[아츠앤컬쳐] 대부분의 여자들은 용하다는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 무당이 무얼 얼마나 잘 맞히는지 이것저것 묻다가 만나고 싶은 마음이 동하게 되었다. 조상숭배사상이 종교와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깊게 뿌리박혀있는 아프리카인들의 생활에서 상고마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앤세스터, 포춘텔러, 위치닥터, 상고마, 즉 우리말로 치면 신들린 무당을 일컫는 말이다. 상고마는 살아있는 자와 영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상고마를 통해 피안의 세계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질병치료, 재난방지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구하기도 한다. 해결방법은 상고마 자신이 직접 제시하기도 하고, 때론 허벌리스트를 통해 부적이나 주문이 들어간 가루, 넝마조각, 깃털, 동물의 뼈, 가죽 등을 지니게 하며 몸에 상처를 내는 일 등으로 치유하거나 원하는 일들을 이루어 주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동물을 재물로 쓰기도 한다. 동물을 태워 나는 연기를 상고마가 마시고 그날 밤 꿈을 통해 어떤 영적 힘이 전하는 메시지를 원하는 이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이스터는 용한 상고마라고 소문난 사람이다. 포르투기스 흑인 아버지와 코사인 엄마 사이에서 평범하게 태어난 세 아이를 둔 엄마였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이유 없이 아프고 집 앞 벤치에 앉아있는 할머니가 그녀에게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을 믿지 않던 두 남동생은 집을 나갔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가족을 떠나 모든 연락을 끊은 채 3년 동안 상고마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상고마 학교에서는 숙식하면서 어떤 영적 존재가 꿈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읽는 법을 배운다. 상고마로서의 자질을 트레이닝하고 마지막 단계로 악어가 우글거리는 강을 건너는 테스트를 통해 영적 존재의 힘을 느끼고 그 힘을 믿게 한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게 되면 사흘 동안 성대한 축하의식을 하고, 마지막 단계에 양을 잡아 그 피를 온몸에 뿌리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영적 존재의 연결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편안한 인상의 이스터는 오랫동안 동네 사람들에게 상담과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었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조언자이며, 미래를 예견해 주고 위험을 막아주는 사람, 즉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였다. 그녀는 꿈을 통해 메시지를 읽기도 하고, 동물의 뼈와 조개, 나뭇조각들을 던져 읽히는 괘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상고마와 더불어 주술사도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준다. 주술사는 부족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코사족은 잉기라, 줄루족은 이상고마, 소토족은 응가카라 부른다. ‘치료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들은 상고마와 비슷한 맥락의 점술가와 약초인으로 나뉜다. 이들은 상고마처럼 영적인 존재에 의해 어떤 능력을 갖게 되거나 훈련을 통해 능력을 얻게 된다. 훈련하는 동안에는 약초, 나뭇잎, 뿌리, 조개, 짐승의 배설물 등이 가지는 의학적 치료 효과와 사용방법에 관해서 배우고 주술과 점술도 익힌다.
은데벨레족 주술사는 새로 지은 집의 출입문을 세우는 데 약물을 칠한 나무못을 준비한다. 그리고 주술 때문에 일어나는 나쁜 일들을 막아주고 그 나쁜 주술을 한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그들은 어떤 병이 생겼을 때 병의 원인이 조상신들의 분노에 의한 것일 때는 의식에 의해 치유하도록 하고 육체와 자연적인 부조화로 병이 생겼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여러 가지 약초를 이용해 치료한다.
이스터의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표정과 음성…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약손’처럼 마음에 평안함과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힘’을 느꼈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는 내게 말했다. “올해 그대 마음에 꽃이 피겠어!”
글 | 고영희 아트 디렉터, 사진작가
아프리카 문화 예술 교류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KBS 라디오 통신원, 예술가를 꿈꾸는 아프리카의 빈민촌 아이들을 돕는 레인보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