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신 Street Scene, Kurt Weill
파리 샤틀레 극장 (Théâtre du Châtelet)
[아츠앤컬쳐] 이번에도 전 공연 매진이다. 샤틀레 극장은 작년부터 전 공연의 조기매진을 기록하며 연일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번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뮤지컬 공연 때는, 샤틀레 극장의 디렉터인 장 뤽 쇼플랭(Jean Luc Choplin)이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표를 미리 구매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는 흐뭇한 팁을 주기도 했다. 쇼플랭 사장의 2006년 취임이래 샤틀레 극장은 국제화와 대중화를 선언하였다.
이에 유럽과 아시아, 미대륙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감독을 초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외국인 전문인력을 섭외하고, 외국 무용수나 성악가를 대거 출연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극장이라는 거리감을 좁혀서 쉽고 대중 친화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극장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그 열매를 거두고 있다.
커트 웨일(Kurt Weill, 1900~1950)은 독일 태생의 유대인 작곡가로서 미국에서 활동하였다. 베를린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후, 프랑스에서 몇 차례 콘서트를 가졌던 그는 당시 나치 정권을 피하여 프랑스에 몇 년간 머무르게 된다. 그 무렵 로마와 런던, 스위스 여행과 출장이 잦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1935년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며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이번에 샤틀레 극장에서 소개된 <스트리트신(Street Scene)>은 그가 말년에 작업한 곡이다. 미국오페라로 분류되는 이 작품은 푸치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유럽의 오페라와 미국의 뮤지컬을 종합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오페라로 탄생하기 전 같은 제목의 연극으로 소개되었는데 1929년에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작품이다. 이후 1946년에 오페라로 재탄생하였고 여러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1947년 1월 9일에 브로드웨이의 아델피 극장(Adelphi Theatre)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1910년대부터 로어이스트사이드(Lower East Side)는 다양한 인종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특히 수많은 유대인이 이곳의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면서 의류제조업에 종사하였다. 이후 1940년대부터 이러한 풍습이 바뀌면서 장기거주자보다는 떠돌이처럼 이곳에 머물다가는 인구가 중심이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의 법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절반 정도의 아파트에 화장실 시설이 없었다고 한다. 한편 2차대전 이후에 이 지역의 인구에는 많은 변동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출신의 유대인과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밀집해 살았으며, 차츰 흑인과 라틴계 인구가 증가하였다.
이처럼 근대화를 겪는 미국의 시대상을 그린 2막 오페라인 <스트리트신>은 마치 사회학 다큐멘터리를 희극화한듯한 처참함이 담겨 있다. 가난과 절망이 얼룩진 이곳 주민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오페라 뮤지컬이다. 맨해튼의 다가구주택에 모여 사는 대가족 중에는 이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사람과 이 지겨운 삶을 떠나 새로운 삶을 꿈꾸는 자가 대비된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주민들의 일상이 여실하게 묘사되었다. 온갖 소문과 험담이 가득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는 여인들, 쓰레기통을 비우는 건물 수위, 만취한 알코올중독자, 그리고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토리의 중심은 주인공 로즈의 가족이 겪는 비극적인 가족사이다. 로즈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학대하는 난폭한 남편이고, 그의 어머니 안나는 바람난 주부이다. 결국, 그녀는 총상을 입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어두운 삶과는 상반되는 경쾌한 춤과 노래로 공연 내내 관객석의 분위기는 들떠있었다. 독일인이지만 한 언론지를 통해 자신은 미국시민이라는 것을 강조했던 작곡가 커트 웨일의 일화는 <스트리트신>의 연장선으로 간주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