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sily Kandinsky 칸딘스키
1911~1913 at Guggenheim Museum
[아츠앤컬쳐] 색은 영혼을 울리는 하나의 방식이다. 색이 피아노 건반이라면 그것을감상하는 눈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해머이며 마음은 팽팽한 피아노 줄이다. 예술가는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는 손이다.
인간이 보는 것은 물질이다. 물질 속에는 추상적이며 창조적인 정신이 숨겨져 있다. 이 시대는 주로 물질적인 세계관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으로 말미암아 어둠 속을 헤매게 되고, 부지의 회의에 빠지게 되며, 정신적인 바탕도 흐려지게 된다.
물질 속에 은폐된 정신은 물질을 통해서 가장 내면적인 것, 인간의 영혼에 호소하고 있다. 인간의 영혼은 내적인 울림을, 사물의 영혼을 감응할 수 있다. 이 울림을 들을 수 있으면, 그에겐 사물의 본질이 현현된다. 모든 사물의 비밀스러운 영혼을 체험하는 것을 내적인 시선이라 부른다. 이 시선은 딱딱한 껍질을 통해, 즉 외적인 형태를 통해 사물의 내적인 것으로 침투해 들며, 모든 감각을 가지고 내적인 숨소리를 수용하게 된다.
새로 시작된 시대는 물질주의 시대를 극복한 위대한 정신적인 시대이다. 정신적인 전환의 징조는 가장 민감한 지진계인 문학, 음악, 미술에서 먼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러한 ‘부활’이 지닌 예비적인 힘 중의 하나가 자유로운 예술이다.
- 칸딘스키의 두 저서 ‘예술에 있어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점 선 면’에서 발췌
영혼의 진실한 세계를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예술가라고 여겼던 그는 인류의 영혼을 울리는 화가가 되기를 갈망하였고 그를 이루기 위해 추상의 길을 걸었다. 칸딘스키의 일생은 추상 회화의 역사와 같다. 그는 1910년 "최초의 추상적 수채화"라는 작품을 발표한 후 계속해서 추상회화만을 그렸다.
학자들은 칸딘스키의 예술 세계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분석한다. 1) 방랑적 수업 시기, 2) 뮌헨에서 추상 회화를 개척하며 《예술에 있어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를 저술하고 청기사파로 활동하던 시기, 3)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뮌헨을 떠나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의 러시아 시기, 4) 바우하우스 시대, 5) 파리 시기. 이번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칸딘스키 전은 그의 작품세계에서 2기에 해당하는 시기 중 1911~1913년 사이에 그린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 시기에 칸딘스키는 본격적인 추상 회화에 앞서 비대상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선, 크고 작은 점, 그리고 다양한 색채로만 이루어진 그림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음악과 같은 리듬과 울림을 전한다. 그는 음악이 순수한 소리로만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처럼 미술 역시 가장 순수한 조형 요소인 색과 형태만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추상을 시도한다. 눈에 보이는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구상보다 추상이 오히려 더 순수하고 자율적이며 보편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연주자의 악기 소리를 조율하듯 순수한 색과 형태로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칸딘스키의 추상세계는 맑고 밝으며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놀이를 하듯이 재미나다. 그저 어여쁜 색들로 분칠을 한 화려함이 아닌 볼수록 빨려드는 평온한 매력을 분출한다.
글 | 장신정
아츠앤컬쳐 뉴욕특파원, 전시 & 프로그램 기획. NYU 예술경영석사. 전 MoMA P.S.1. 전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