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발레 & 오케스트라 백조의 호수
[아츠앤컬쳐] 1996년… 꿈을 처음 방문했던 러시아의 아름다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운하와 탁 트인 바다를 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수많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에르미타쥐박 물관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고 시내 공동묘지에 안장된 위대한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무덤 앞에서는 잠시 숙연해졌던 기억이 새롭다. 이 도시를 세 번씩이나 방문하면서도 항상 바쁜 일정 때문에 그 유명한 마린스키오페라발레극장을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었다. 당시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가노바발레학교 한국분교설립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라서 발레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러시아에서는 고전발레로는 키로프발레단으로 알려진 마린스키발레단이 가장 유명하다.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발레단은 현대무용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드디어 오늘(11월 13일)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단이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차이코프스키는 1877년에 발레곡 ‘백조의 호수’를 작곡하여 모스크바에서 초연을 하였지만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고 한다. 그 후 몇 번의 수정작업을 거친 후 차이코프스키가 세상을 떠나고 2년 뒤인 1895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 작품이 올려져서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마린스키극장의 ‘백조의 호수’ 한국공연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저녁 7시 30분에 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지휘자 파벨 부베르니코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고 두 번의 휴식(40분)을 가진 공연은 10시 25분에 끝났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무용수들은 모두 외적인 몸매가 아주 준수했다. 발레리노들은 훤칠한 키에 조각상처럼 빚어놓은 몸매로 남성미가 넘치는 품격있는 춤을 보여주었고 32명의 발레리나들이 백조의 춤을 추는 군무와 솔리스트들의 춤은 유연했고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발레단과 함께 내한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정경(Scene), 왈츠, 백조들의 춤인 ‘작은 백조의 춤(Dance of the Little Swans)’, ‘헝가리무곡(Hungarian Dance)’과 ‘스페인 춤(Spanish Dance)’ 등을 연주했는데 유럽의 오페라극장 규모에 익숙해진 단원들이 세종문화회관의 규모가 너무 커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인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3,000여 석의 대극장을 만족스럽게 채워주지는 못했고 목·금관파트에 비해 현악기파트의 울림이 풍성하지 못해서 음악적으로 감동을 충분히 갖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공연에서 지그프리드 왕자역을 맡은 한국인 발레리노 김기민의 출연은 올해 한·러수교 22주년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올해 2012년에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극장(7월)과 모스크바 시티발레단(9월)에 이어 마린스키 국립극장(11월)이 내한하여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는데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이번 공연은 완벽하게 마린스키극장 전체가 옮겨왔기에 러시아의 오리지널 ‘백조의 호수’를 볼 수 있었던 특별한 무대였고 매우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글 | 전동수 발행인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예술의전당 비전위원,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아츠앤컬쳐 발행인으로 활동중이다. 해외에서는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