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nini 베르니니

2012-12-16     아츠앤컬쳐
Self-Portrait of Bernini

 

[아츠앤컬쳐] ‘제2의 미켈란젤로’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조각가이자 건축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Giovanni Lorenzo Bernini, 1598~1680)의 작업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베르니니: 점토 조각전’을 미국 최대의 미술품 컬렉션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나보았다. 뉴욕은 회색이 잘 어울린다. 순식간에 지나간, 뉴욕을 마비시키었던 거친 허리케인이 언제였던 듯 나른한 주말의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다. 미술관 옆 센트럴파크에는 싸늘한 날씨에도 마지막 가을 해를 만끽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나와 있다. 빼곡한 뉴욕의 빌딩 숲 안에 붉은 노르스름한 여유로움이 새삼 싱그럽다.

Ratto di Proserpina; 1621~22

베르니니의 조각에는 역동감이 정교함이 치열함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현실의 그 무엇보다 더한 생동감이 전율이 느껴진다. 로마를 수놓은 그의 건축물과 조각은 바로크 미술의 거장다운 화려함의 절정이 보는 이의 기선을 제압하는 웅장함이 담겨있다. 16세기 말경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7, 18세기 전반에 걸쳐 발전한 바로크 미술은 종교개혁으로 말미암아 실추된 교회의 권위와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탄생되어진다. 교회는 르네상스와 다른 새로운 차원의 문화 예술 진흥책을 마련하게 되고, 바로크 양식은 그 결실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다.

Ratto di Proserpina; 1621~22

나폴리 태생. 평범한 집안 피렌체출신매너리즘 조각가, 피에트로 베르니니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일찍이 아버지로부터 조각을 배웠다. 7세의 나이에 그의 아버지는 모차르트의 아버지와 같이 아들의 예술적 천재성을 발견하고 큰 사업에 참여하게 되자 아들과 함께 로마로 이주, 교황 바오로 5세의 눈에 들어 교황의 사촌인 보르게세 추기경으로부터 전폭적 후원을 받게 된다. 베르니니는 교황 우르바노 8세의 즉위와 함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의 감독을 역임한다.

The Ecstasy of St. Teresa, 1647~1652

이번 전시는 그가 18세의 나이에 아버지와 공동으로 제작한 대리석 조각으로 시작한다. 전시는 그의 작업과정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조각품을 제작하기 전에 수많은 드로잉을 하고 찰흙으로 모형을 만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이끌어내었다. 옷감의 주름, 손짓, 표정, 몸짓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The Ecstasy of St. Teresa, 1647~1652

베르니니는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지옥에 떨어진 영혼’이란 작품을 제작할 당시, 자신의 팔을 불로 지져서 직접 고통을 느끼고 지옥의 불에 떨어진 찢어질 듯이 고통스러운 영혼의 처참한 표정을 얻어내었다 전해진다. ‘프로세르피나의 납치(Ratto di Proserpina, 1621~22)’ 조각에 감탄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겠는가? 제우스의 동생이자 저승의 왕 플루토가 요정 프로세르피나를 사랑한 나머지 그녀를 강간하고 유괴한 후 아내로 삼는 로마신화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한 이 조각품 속에서 베르니니는 발버둥치며 풀루토로부터 벗어나려는 프로세르피나의 몸짓과 대리석의 차가움을 넘어 여리고 부드러운 여성의 살결을, 또 그녀를 소유하려는 맹렬한 플루토의 역동적 잔인함까지 너무도 완벽하고 섬세하면서도 정교하게 표현해내었다.

베르니니의 걸작으로 알려진 위대한 성녀의 탈혼 체험을 형상화한 작품, ‘성녀 테레사의 환희(The Ecstasy of St. Teresa, 1647~1652)’에서 성녀의 삶 전체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그 체험에 대해 성녀는 황홀경에 빠지는 듯하였다고 묘사하였고 베르니니는 이를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포함한 르네상스와 헬레니즘 시대의 어떠한 작품보다도 인간적인 감성을 표현해낸 작품이다. 연극에 조예와 관심이 깊었던 그는 건축, 조각, 회화를 하나로 융합시켜 연극과 같이 복합적 환상을만들었고, 성스러움과 인간적 외경스러움을 동시에 담아내었다. 고전적 엄격성을 고집하면서도 미켈란젤로와는 달리 동적인 에너지를 담아내어, 우아하면서도 생명감이 넘치는 작품을 제작하는 베르니니는 성당, 궁전 건축, 조각, 묘묘, 분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로크 문화의 꽃을 피웠다.

글 | 장신정
아츠앤컬쳐 뉴욕특파원, 전시 & 프로그램 기획. NYU 예술경영석사. 전 MoMA P.S.1. 전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