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오닐의 ‘Preghiera’

2011-11-05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9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의 콘서트 ‘기도’는 CD발매를 기념해서 열렸는데.... 전체 음악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음반녹음작업을 했기에 뷔르템베르크 챔버오케스트라의실황공연이 음반을 듣는 것처럼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내는 각각의 독특한 음색이 섞이면서 환상적인 색감으로 바뀌었고 마치 빨강, 파랑, 노랑색이 혼합되어 새로운 색감을 보여주는 것처럼 아름다웠고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국내에서 비올라가 바이올린처럼 독주악기로 연주되고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아마도 리처드 용재오닐 때문일 것이다. 한국 전쟁 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미혼모 밑에서 자랐지만 그는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하여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서투른 한국말속에 항상 겸손함이 배어 있는 그의 음악은 화려하진 않지만 뛰어난 테크닉으로 섬세한 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그의 음악에서 짙게 뭍어나는 ‘슬픔’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어린 시절 그의 마음을 위로했던 음악으로 이제는 다른 이들의 아픔을 치유한다.

시벨리우스의 ‘현을 위한 즉흥곡’블로흐의 ‘기도’와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등을 연주한 이날의 공연에서 아르메니아 출신 지휘자 루벤 가차리안(Ruben Gazarian)이 이끄는 뷔르템베르크 챔버오케스트라는 숲에서 부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정제된 사운드로 공연의 품격을 높여 주었다. 작고한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은 공연을 하기 전에 항상 녹음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녹음작업을 통해 연주자들이 최선을 다했고 거의 외우다시피 연주를 하다 보니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리처드 용재오닐의 공연이 음반발매를 기념하는 연주라는 점에서 ‘기도’공연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2시간을 넘기면서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2번 중 왈츠 2, 존 윌리엄스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메인테마, 그리고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이 앙코르곡으로 연주되는 동안 콘서트홀 무대는 한동안 보라색과 오렌지색 조명으로 물들었고 관객 모두는 그의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의 음악에는 편안함이 있다. 긍정적이다. 기교를 자랑하지 않는 겸손이 느껴진다. 슬픔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아직 세상을 많이 살지 않았음에도 내면적인 성숙함이 그에게 있다.

한류라는 말과 K-팝이라는 단어로 익숙해진 우리에게 리처드 용재오닐은 앞으로 K-클래식을 이끌어갈 연주자로 확신을 심어준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인의 위상과 한국을 빛낼 연주자로 우뚝 선 그의 변화된 모습이 기다려진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 한낮이다. 시원한 물줄기가 춤을 추는 음악분수주변은 산책 나온 인파로 북적이고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개관기념으로 열리는 와인페스티발이 한창이다.

글 · 전동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