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로더
아름다움에 대한 꿈
[아츠앤컬쳐]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서로의 진심을 안다는 뜻이다. 에스티 로더(Estee Lauder) 갈색 병을 보면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10여년 전 일이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져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낀 그날은 평소 엄마처럼, 언니처럼 나를 예뻐해 주시는 지인분의 생일이었다. 50대임에도 40대 같아 보이는 그 분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했다. 평소 피부 관리실에 드러누워 관리 한 번 받아 보는 게 소원이라는 지인은 백옥같이 고운 피부를 가지신 분이다. 타고난 피부가 좋아 관리를 안 받으시는게 아니냐는 나의 농담에 타고난 피부는 아니라며 너무 바빠 관리 받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나중에 은퇴하고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한가해지면 그때는 관리실에서 맛사지 받으며 호강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생일 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에스티 로더(Estee Lauder) 매장에서 발길이 멈췄다. 갈색 병이 눈에 띄었다. 학교 선배가 자기는 에스티 로더의 푸른 병과 갈색병 엣센스를 아침, 저녁으로 구분해서 쓴 이후로 피부가 좋아졌다며 이렇게 좋은 에센스는 보질 못했다고 말한 게 생각났다. 특히 갈색 병은 극찬을 했다. 갈색 병이 떨어지면 큰 일 난다고...굶어서라도 갈색 병을 사야 한다고.
선배의 말이 그 시점에서 생각난 건 무슨 이유일까? 다른 화장품을 칭찬한 사람들도많은데 말이다. 어쨌든 선배의 말 때문이었을까? 지인에게 갈색 병 선물이 제격일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갈색 병을 선물포장하고 반짝이는 붉은 하트가 장식된 생일카드에 축하 메시지를 정성스럽게 썼다. 그리고 지인을 만나 생일 선물을 건네는 순간, “아니, 내가 이거 쓰고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따로 관리 받을 시간이 없으니 매일 집에서 좋은 화장품으로 관리하자는 생각에 10년 넘게 써오고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핸드백에서 다른 갈색 병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건네 주시는게 아닌가?
“이심전심이네. 내가 얼굴에 갈색 병 이거 하나만 듬뿍 바르고 자는데 참 좋아. 유난희씨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지난 번 출장 갔다 오면서 면세점에서 하나 사왔는데 난희씨 는 내 생일선물로 이걸 샀네?”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똑같은 선물을 준비한 서로를 보며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 걸 알았다. 서로에게 좋은 화장품을 선물하고 싶었던 마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다고 했던가? 그날 지인과 나의 텔레파시는 에스티 로더 갈색 병이었다. 에스티 로더 갈색 병은 나에게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단어로 기억되는 엣센스다.
갈색 병(Brown Bottle)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이 엣센스의 정확한 명칭은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Advanced Night Repair)’다.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를 써봤건 써보지 않았건 웬만한 여성들은 원래의 긴 영문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갈색 병’이라는 이름은 대부분 다 안다. 재밌는 사실은 갈색 병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붙인 애칭이라는 거다. 그런데 미국 에스티 로더도 요즘 전 세계 광고에 이 제품을 광고할 때 Brown Bottle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한다. 한국에서 갈색 병이라는 애칭으로 불려 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주 간단하고 유니크한 이름이라고 감탄했을 것 같다.
미국 화장품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의 갈색 병은 스킨 케어(skin care)라는 말 대신
스킨 리페어(skin repair)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화장품이다. 1982년에 세상에 첫 선을 보였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갈색 병 엣센스가 나오기 전까지 화장품의 제형은 ‘스킨’이라고 불리는 물 같은 제형과 스파튤러로 퍼 바를 수 있는 크림 종류, 이렇게 두 가지 뿐이었다. 그런데 갈색 병의 제형은 이런 화장품 제형의 틀을 깨고 스킨보다는 진하고 쫀쫀하면서도 부드러운 묽은 크림 형태로 선을 보인 것이다. 우리가 엣센스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함께 떠오르는 제형을!
용기도 스포이드로 쭉 짜서 얼굴에 바르는 방식으로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오랜 연구 끝에 과학적인 성분 배합으로 만들어낸 발명품이라는 느낌을 연상시키게 한다. 1982년에 갈색병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제형도 용기도 그저 신기하고 센세이션 할 뿐이었다. 피부 세포의 재생을 돕는, 케어(care)가 아닌 리페어(repair) 개념의 새로운 화장품, 갈색 병은 29년째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
노화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강하다. 늙고 싶지 않은 욕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가졌던 에스티 로더 여사는 1946년 미국 뉴욕에서 불과 4개의 아이템을 가지고 작은 살롱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화장품 왕국을 만들어 냈다.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는 요즘, 어떤 화장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면 에스티 로더를 믿어 보면 어떨까? 2004년 에스티 로더 여사가 세상을 뜰 때까지도 사람들은 그녀의 나이가 96세라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을 아름답게 가꿔온 에스티 로더 여사가 만들고 써온 화장품이라면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유난희 명품 전문 쇼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