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재
[아츠앤컬쳐]“나의 작업은 자연 속에 숨 쉬며 살아있는 에너지를 겉과 속의 대비를 통해 구성하여 만들어낸다. 물결무늬의 연속적 패턴은 자연 에너지의 흐름과
시간을 모티브로 하며, 표면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면의 변화로 인해 각각의 표정을 연출한다.” - 작가 노트에서
조각가 장성재가 삼청동 일호갤러리에서 개인전 ‘Rafting-흔적’을 열고 10점의 돌 조각 작품과 브론즈 작품을 새롭고 신선하게 선보였다. 입구 가까이에 설치한 ‘Rafting-흔적(90x180Hx65cm, 자연석, 알루미늄, 주물, 2019)’은 180cm 높이에 옛날 전화기 모양으로 두 개의 위성 또는 생명체가 단단한 인연과 탯줄로 이어진 듯한 형태를 보인다. 자연석과 알루미늄 소재로 우람하고 견고한 느낌의 에너지 넘치는 충격적인 추상 표현주의의 조각 작품이다.
또한 전시 벽에 회화작품처럼 설치한 오석을 재료로 한 미니멀적(Minimalistic) 작품 중 몇 작품은 감상할수록 그 내면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Rafting-흔적(160x170Hx3cm, 오석, 2019)’은 오석의 검은색이 물결 깊이로, 겨울 강이나 호수에 얼음 아래로 흐르는 깊은 물이나 벌통을 연상시킨다.
같은 스타일에 좀 더 미니멀한 금갈색의 오석 작품 ‘Rafting-흔적(120x150Hx30Dcm, 오석, 2019)’은 한 방향으로 펼쳐진 물결의 고요한 아름다움 위로 새겨진 사선의 부조화 속의 조화가 주는 이중적인 묘미가 있다. 그 선은 험난한 물살을 따라가면서도 길게 혹은 짧게 방향을 계획하는 우리 삶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이는 곧 우리네 삶에서 계획하고 다시 무산되고 다시 다른 방향을 계획하는 목표의 지향선이다. 오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단한 돌로 검은빛을 띠며 가격도 매우 고가인 반면 입자가 고와서 정밀한 조각이 가능한 장점을 지닌다.
작가는 젊은 해병대 시절 고된 래프팅(Rafting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의 급류를 헤쳐나가는 레포츠) 고무보트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새겨지는 듯하다가 스러져버리는 물길처럼 마음에 기억의 흔적을 남기고, 또 그것을 회상하고, 자연과 운명에 거스르지 않고 물살 같은 시간을 타고 흐르며, 허우적거리다가도 다시 일어나 타고 나가던 지난 시간이 주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그가 배운 철학이 있다. 그는 특별히 단단한 오석을 소재로 자연이 전해주는 강인함을 닮고 싶은 의지를 작품화한다. 인생을 담담하게 마주하며 생각하고 수용하며 돌을 깨고 다듬는 고단한 작업으로 고요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추상작품을 창조해내어 철학적 사색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