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항해
[아츠앤컬쳐] ‘서편제’를 통해 판소리 대중화에 정열을 불태웠던 김명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대학 4학년 때 만난 박초월 명창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고 수많은 연극과 영화, TV 드라마에서 연출과 배우로 살면서 판소리의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시도해왔던 그는 최근 들어서 이탈리아 벨칸토 창법을 공부하면서 판소리와 벨칸토의 만남을 시도하며 음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22일 오후 3시, 삼성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는 한국문화재단 주최로 한국 전통 소리와 이탈리아 벨칸토가 만나는 콘서트 ‘김명곤의 끝나지 않는 항해’가 열렸다.
첫 무대에서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 즐겨 불렀던 우리 가곡과 이탈리아 민요와 오페라 아리아를 불렀는데, 변훈의 ‘떠나가는 배’와 이태리 에르네스토 데 쿠르티스의 ‘나를 잊지 말아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테너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멋지게 불렀다.
두 번째 무대는 대학 시절부터 몰입했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와 영화 <서편제>에서 김수철이 작곡한 주제곡에 김명곤이 직접 가사를 붙인 ‘소릿길’을 노래했다. 그리고 이번 음악회의 음악감독을 맡은 국악인 이정표가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였던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를 불렀고 전수린의 ‘황성옛터’는 두 사람이 함께 들려주었다. 또한 월북 작곡가 정사인의 ‘내 고향을 이별하고’를 불렀는데 첫 부분이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처럼 귀에 익숙한 선율이 흘러서 일순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원래 음악회의 컨셉은 토크콘서트였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세상이 어수선하여 사회를 맡은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과의 대담은 최소한으로 줄여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성악을 좋아했던 얘기와 옛 단성사 건너 박초월 선생이 운영하던 학원에서 기숙하면서 판소리를 배웠던 그의 가난했지만 역동적인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서 나폴리 민요 마리오의 ‘먼 산타루치아’와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의 ‘바다로 가자’를 불렀고 마지막으로 뱃노래 연곡으로 심청가의 인당수 뱃노래, 조두남의 뱃노래, 경기민요 자진뱃노래를 들려 주었다.
판소리 창법과 이탈리아 벨칸토 창법을 넘나들며 노래를 부른 김명곤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중저음과 거침없이 뻗는 고음은 매력적이었다. 김명곤은 지금까지 연극인으로, 영화배우로, 연출가로, 그리고 공연행정가(국립극장장)로 살다가 문화부장관까지 역임하면서 열정적으로 살아왔지만 이제 70을 바라보는 지금도 노래에 대한 그의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다. 그래서 ‘끝나지 않는 항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음악회였고, 이 시대의 진정한 소리꾼이자 광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