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와 이탈리아 여행

[아츠앤컬쳐] 이탈리아는 항상 화가들과 시인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의 여행지였다. 이탈리아 예술은 선사시대로부터 반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는데 예를 들어, 로마제국 시기의 이탈리아는 유럽과 지중해를 중심으로 동질적 언어를 창조해낸 첫 예술 문화의 중심지였다. 이탈리아는 예술 면에서 늘 유럽에서 가장 전위적인 나라였고, 천 년을 거슬러 1348년의 끔찍한 전염병이 유럽 인구의 50%를 감소시킨 후에도 중요한 문화적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 당시 예술가들은 기술을 습득하고 새로운 정보를 찾기 위해 직접 물리적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예술가들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많이 여행했으며, 연구와 만남을 위한 이탈리아 여행은 필수였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북유럽의 위대한 예술가들 중에는 플랑드르 화가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도 있었다. 그는 독일에서 켈빈주의 플랑드르 변호사인 얀 루벤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쾰른에서 보냈는데, 그의 아버지는 스페인의 개신교 박해를 피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피신해야만 했다. 어린 루벤스는 이후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기독교로 개종했고, 대 얀 브뢰헬(Jan Brueghel the Elder)을 포함한 당대 위대한 플랑드르 화가들과 함께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린 루벤스는 그의 손에 주어진 모든 인쇄물과 판화를 체계적으로 복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플랑드르 사회는 길드 협회에 소속된 상류층이나 화가의 자녀만이 미술을 배울 수 있었으나 루벤스는 실력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공방에서 학습을 할 수 있었다. 23살에 그는 당대 인본주의 문화의 절정을 의미하는 이탈리아를 방문하기로 결심한다.

1600년 5월, 동료 데오다트 델 몬테와 함께 앤트워프에서 출발한 루벤스의 첫 여행지는 베네치아였다. 그곳에서 그는 운 좋게도 만토바의 공작 빈첸조 곤자가를 만났는데, 그는 만테냐에서 줄리오 로마노에 이르기까지 대대로 내려온 화가들의 유산을 받들만한 화가를 찾아 지역의 명성을 되찾고 싶어 했다.

루벤스에게는 공작을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 수행하기에 적당했다. 무엇보다 그의 궁정에는 많은 이탈리아 예술가들이 드나들었고, 동향인이었던 젊은 프란스 푸르부스와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등 중요한 인물들을 접촉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행을 하면서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회화의 레퍼토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당대는 이미 바로크 시대가 시작되었고, 로마는 루벤스의 다음 목표였다. 1601년 루벤스는 일부 그림을 복사하라는 공작의 임무를 받고, 공작과 친분이 있는 몬탈토 추기경 덕에 로마에 정착하였다. 루벤스가 고대 조각품들을 연구하는데 필요한 자유를보장받게 된 절호의 기회였다. 이로써 전 유럽 회화를 재건할 지적 모험이 이루어졌고, 루벤스는 유럽 회화의 위대한 혁명가로 떠올랐다. 로마 체류 기간 동안 그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원형을 모방하고, 다른 이탈리아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시야의 지평을 넓혔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도 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복사했지만, 어느 누구도 루벤스의 양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루벤스는 모든 시대에 걸쳐 이 관행을 독창적인 기술로 확장했는데, 이는 만토바 공작의 의도이자 또한, 독자적 관심과 창의력을 위한 루벤스의 의도였다. 그의 분명한 계획은 작품의 구성과 자세, 원형, 해결의 본보기들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로써는 거대한 양의 상징적인 도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던 괄목할 만한 작업이었고, 수집된 도상 레퍼토리들을 작품에 적용하려는 목적으로 루벤스의 수많은 조수들과 제자들이 동원되었다.

도상 제작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복사한 이미지를 사용한 루벤스의 지속적인 재작업이었다. 그는 단순히 이미지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작품의 구성들을 원작과 다르게 변모시켰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중 일부 시스티나 성당의 누드들은 세부적으로 변경되었으며, 재작업을 통해 점점 더 조형성을 띠었고, 색감과 명암의 디테일이 다채로워져 원작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다. 문자 그대로 표현하자면 부오나로티의 인물들의 재발명 혹은 전복이라 칭할 수 있다.

루벤스의 또 다른 독특한 습관은 자신의 것이 아닌 그림들을 직접 다시 그리는 것이었다. 사실 종종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 혹은 동료들의 그림들을 많이 습작했는데 그는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까지 끊임없이 재작업했다. 루벤스의 풍부한 기법과 천재성은 마침내 빛나고, 강력하며, 연극적이고, 호소력 넘치는 스타일의 집대성으로 응축되며, 모든 상징과 원천을 지배한 젊은 플랑드르 화가의 초기작에서부터 나타난다. 미켈란젤로의 조형성과 티치아노의 위엄, 베네치아의 화풍, 에밀리아인의 구성 능력, 북유럽의 현실감, 카라바조의 동작 그리고 안니발레 카라치의 고전성이 작품에 골고루 갖춰져 있었다. 전 시대 회화의 최상의 것들이 새로운 예술에 사용된 것이다.

루벤스가 천재가 아니라면 그렇게 일찍 최고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와 이탈리아와의 운명적 만남은 르네상스의 거장들과 함께한 8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틴토레토, 티치아노, 베로네제를 위시한 베네치아의 최상급 화가들, 그리고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코레조와 함께 16세기 초 로마의 환경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고전 문화를 가까이에서 호흡했고, 카라치, 카라바조 등 당대의 위대한 화가들을 경험했다. 루벤스의 8년은 예술계에 더할 수 없는 깊은 표식을 남겼다. 비단 뛰어난 작품들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크의 탄생을 통해 젊은 화가들에게 전수된 지대한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네덜란드로 돌아간 후 유럽의 바로크 양식이 시작되었다. 루벤스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예술을 변화시킨 천재이자 혁명가였다.

번역 | 길한나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글 | 로베르토 파시Basera Roberto Pasi
Journalist, Doctorate Degree University of Siena(Literature, Philosophy, History of Art with honors), Study at Freiheit Univerisität Berlin, Facilitator at Osho Resort, Poona In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