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

2021-12-01     아츠앤컬쳐
정암사 설경

 

[아츠앤컬쳐] 태백산 정암사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정암사는 창건에 관한 설화가 많고 역사는 거의 전하지 않는다.

폭설 후 맑은 하늘과 정암사

 

먼저 칡에 관한 설화가 있다. 하루는 강릉 수다사에 머물던 자장율사의 꿈에 문수보살이 나타나 태백산 갈(葛:칡)반지에서 만나자고 했다. 자장이 태백산을 사흘이나 헤매던 중에 칡넝쿨을 찾았는데, 그 위에 10여 마리의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엉켜있었다. 자장이 화엄경을 독송하여 구렁이를 물러나게 하자, 또 다시 꿈에 구렁이가 나타나 독송과 법문을 부탁하며 갈반지에 묻힌 금은보화로 절을 창건하라 부탁했다. 독송 7일째가 되는 날 구렁이들은 해탈하여 떠나고 그 자리에 석남원을 창건했으니 그 절이 바로 오늘날의 정암사이다.

겨울 정암사

 

자장율사와 문수보살 사이에는 또 다른 유명한 설화가 전한다. 어느 날 다 떨어진 방포를 걸친 늙은 거사가 칡삼태기에 죽은 강아지를 담아 가지고 자장을 만나기를 청했다. 자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봉에게 잘 일러 보내라고 했다. 자장에게 거절당한 거사가 “아상(我相)을 가진 자가 어찌 나를 보겠느냐”하며 삼태기를 거꾸로 쏟자 죽은 강아지는 사자보좌로 변했고 거사는 사자를 타고 빛을 발하면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시봉에게 이 말을 들은 자장은 크게 탄식하고 바로 쫓았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자장은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뼈를 석혈에 안치했다고 한다.

정암사의 여름, 장이규 (사진출처 갤러리뫼비우스 김곤선 전시기획자)멀리 산 중턱에 수마노탑이 보인다.

 

태백산 봉우리는 동쪽 천의봉, 남쪽 은대봉, 북쪽 금대봉으로 셋이 있고, 이곳에 보탑 또한 셋이 있는데 금탑, 은탑, 수마노탑이다. 금탑과 은탑은 감추어져 눈에 띄지 않고 수마노탑만 남았는데, 정암사 적멸궁 뒤편으로 급경사를 이룬 곳에 놀랍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다.

겨울 수마노탑

 

자장이 처음에 사리탑을 세우려 했으나 매번 붕괴되어 간절히 기도를 드렸더니 하룻밤 사이에 칡 세 줄기가 눈 위로 뻗어 지금의 수마노탑, 적멸보궁, 사찰터에 멈추어 그 자리에 탑과 법당과 본당을 세워 갈래사라고 했다고 한다. 탑은 고려시대 양식을 보이며 탑신을 구성한 석재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어 얼핏 전탑처럼 보이기도 한다. 1972년 해체수리과정에서 부처님 진신사리와 사리장엄구, 염주, 금구슬 등이 발견되었고 국보로 지정되었다.

​눈덮인 적멸궁​

 

수마노탑과 같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적멸궁은 자장이 수마노탑에 불사리를 봉안하고 참배하기 위해 건립한 불당이어서 불상을 모시지 않고 있다. 적멸보궁은 ‘번뇌가 사라져 깨달음에 이른 경계의 보배로운 궁전’을 뜻하며 선덕여왕이 자장 율사에게 하사한 금란가사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1975년에 도난당했다고 한다.

해질 무렵 적멸궁

 

우리나라의 사찰에 자장율사가 나오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자장은 신라 10성(聖) 중의 하나로 진골 출신에 이름은 김선종이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집을 절로 바꿔 원녕사를 지었으며 세속의 번거로움을 싫어하여 깊은 산속에 살았다. 선덕여왕의 명으로 당나라에 가서(636~643) 청량산 문수보살에게 기도하였고 보살로부터 가사 한 벌과 사리 100과를 받았다. 자장은 귀국하여 분황사 주지로 있으며 황룡사 9층탑을 창건하고 완성 후에 황룡사 주지가 되었다. 또한 통도사를 비롯하여 전국 각처에 10여 개의 사찰을 건립하고 말년에 강릉 수다사를 짓고 태백산에 석남원을 세우고 생을 마쳤다.

자장의 주장자가 싹이 터 자라났다는 주목

 

적멸보궁 입구에는 자장이 정암사를 창건한 후 평소 사용하던 주장자를 꽂아 신표로 남긴 것이 회생하여 주목으로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 고찰에는 고승들이 짚고 다니다가 꽂은 지팡이에 싹이 터 큰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많은데, 이는 사찰의 정통성과 지위를 상징한다고 한다.

열목어 서식지에서 바라본 범종루

 

또한, 정암사 경내의 작은 계곡에는 열목어가 산다. 열목어는 냉수 어족으로 상당히 크며 작은 물고기와 곤충을 먹는데 한여름에도 20℃ 이하라야 살 수 있다. 그만큼 정암사가 여름에도 서늘한 산속이라는 증거인데, 주변 탄광개발 전에는 근방 개천까지 많이 있었으나 지금은 정암사 경내에만 일부 남아있다고 한다. 근래 강원도에서는 토종 어종인 열목어 치어를 방류하여 서식지를 되살리고자 추진하고 있다.

겨울 정암사

 

정암사는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 1주년을 기념하여 회화전을 열고, 개산문화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수마노탑은 시, 드라마로 재조명되기도 할 만큼 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태백산 깊은 산속에 자리하여 특히 설경이 아름다운 사찰, 자장 율사가 돌아가신 곳, 문수보살에 관한 설화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찰이다.

눈오는 밤 정암사

 

주변에 명소로는 태백시 용연동굴, 구문소,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열차역인 추전역이 있고 정선군 아라리촌, 화암동굴, 가리왕산 휴양림, 억새천국 민둥산, 아우라지 등이 있다.

사진 제공ㅣ정암사

글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