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밥상

2022-06-01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심각성이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곧 다가올 여름 장마와 태풍, 빈번한 산불, 유례없이 빨리 녹는 빙하... 최근에는 해안지대에 방파제 높이가 예전보다 올라가 있었다. 해수면이 상승했다는 증거이고 이 모든 것은 재난으로 인류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심지어 탄소중립의 ‘탄소’가 이산화탄소를 말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대기 속에 0.0415%의 CO₂가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는 사실이나, 급격한 온실가스 상승 주원인이 인류라는 것도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기후 위기의 무관심과 자본에 밀려 정책의우선순위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수많은 환경 과학서가 쏟아져 나오고, 과학자들이 말하는 우리의 미래는 먹구름으로 진단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후 위기 이데올로기로 대립까지 생긴 것이 사실이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이상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 우리가 매일 대하는 식탁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한 끼가 지구의 1℃를 낮출 수 있다.” 우리는 해산물 섭취 1위, 돼지고기 소비량 세계 2위의 나라다. 먹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진심’인 나라, 먹방 TV, 유튜브가 종일 상한가를 올리는 먹거리에 민감하다. 그러나 한 끼 식사가 기후 위기의 연관성에는 무심한 우리에게 원인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먹거리가 풍족해지면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인구절벽의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다른 사회적 요소가 적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인구 증가는 먹거리와 비례한다. 그사이 기존 농지는 지력을 잃었고, 늘어날 인구를 먹일 땅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사람들은 숲에서 나무를 베거나 불을 질러 새로운 농지를 확보했다. 미국 농·경제학자 ‘에번 프레이저’와 저널리스트 ‘앤드류 리마스’는 『음식의 제국』에서 농업 사회에 접어든 이후 “인류는 인구폭발-지력고갈/ 농지부족-농지확장-인구폭발-지력고갈-농지부족 과정을 반복한다.”고 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렸고, 먹고살기 위해 뿜어댄 온실가스가 환경의 역습으로 다가왔다. 먹거리 문제를 전환하지 않고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인류는 산업혁명이 준 풍요로움에 취해 대기 중 CO₂ 양을 수천만 년에 최고치로 끌어 올렸고, 이는 논에서나, 밭에서도, 축사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출발점 바다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온실가스의 정체가 무엇이며, 왜 밥상 위에 주목해야 하는지, 고기와 채소, 과일, 해산물 등 먹는 것에 진심 어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낮은 수준이라 다양한 식료품이 수입되어 들어오면서 상당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만 먹고 살기 위해 지금껏 뿜어낸 온실가스의 역습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모두 고기를 끊자’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살던 대로 살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나침’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소와 닭, 돼지가 소불고기, 치킨, 삼겹살의 모습으로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인간을 제외한 모두, 지구와 동물에 얼마나 부담을 안겼는지... 지구를 위해 모두 비건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식생활을 아무 생각 없이 이어가도 괜찮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로서 저탄소 먹거리를 고르고, 시민으로서 탄소를 줄이는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 그것이 탄소를 발생시키는 ‘탄소로운 식탁’을 바꿀 것이다. “제로 칼로리 말고, 제로 탄소 밥상도 받고 싶지 않은가...” 우리의 한 끼 밥상이 지구의 1℃를 낮출 수 있다.

 

이승은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