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이야기
[아츠앤컬쳐] 올해는 한·이탈리아 수교(1884) 135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1월 19일 청계천에 있는 한식진흥원 한식문화관에서 제4회 세계이탈리아 음식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과 이탈리아 ‘쌀 이야기’를 주제로 음식 조리법에 대한 강의와 음식체험이 있었다. 한국의 이종국 셰프와 이탈리아의 팔마 도노프리오(Palma D’Onofrio) 셰프가 나와서 음식에 대한 강의와 함께 요리를 선보였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와의 음식문화 교류를 통해 식문화의 공통 관심사인 건강한 맛과 영양 섭취에 대한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열린 이번 행사에서 이탈리아는 샤프란을 이용해서 만든 노란색의 리조또 위에 식용 금박을 올린 리조또 밀라네제(Risotto Milanese)와 포르치니 버섯을 이용한 일반적인 리조또를 소개했다. 유럽에서 쌀 생산량이 1위인 이탈리아는 파스타를 제일 많이 먹지만 쌀로 만든 리조또도 많이 먹는다. 그밖에 이탈리아의 쌀 음식으로 아란치네 시칠리아네(Arancine Siciliane), 사르투 나폴레타노(Sartù Napoletano), 티엘라 풀리에제(Tiella Pugliese)가 있다.
이탈리아에 쌀이 처음 전해진 경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십자군들에 의해 들어 왔다는 설과 아랍인들에 의해 스페인을 거쳐 시칠리아에 전해졌다는 얘기도 있고 동양을 오가던 베니스 상인에 의해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이탈리아는 아주 오랫동안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통해 쌀을 수입했고 중세 초까지 쌀을 약으로 인식했으나 13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탈리아인의 식탁에 오르면서 여러 가지 조리법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쌀은 대부분 북부 피에몬테와 롬바르디아 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리조또에 많이 쓰이는 쌀 품종으로는 카르나롤리(Carnaroli), 아르보리오(Arborio), 리베(Ribe) 등이 유명하다.
한국 셰프는 음식 소개와 함께 철학이 담긴 얘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은 밥을 해서 내놓을 때 밥그릇에 그냥 담기보다는 정육면체의 상자에 밥을 담아 모양을 만들어서 접시에 내놓는다고 하면서 ‘바르게 살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아울러 쌀로 만든 송기떡을 소개했다. 쌀이 주식인 한국에는 쌀의 종류가 300여 가지가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삼광, 운광, 고품, 호품, 칠보, 하이아미, 진수미, 영호진미, 미품, 수광, 대보, 현품, 해품, 청품, 해담쌀 등 15종을 최고 품질의 쌀로 지정하고 재배를 장려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품종보다는 지역이 표시되는 쌀의 생산지를 중시한다고 한다.
한국인은 태어나서 엄마 품에서 떨어져 최초로 입에 넣는 것이 쌀로 만든 미음이고 생을 마감한 망자의 입 속에 넣어주는 것이 쌀이었기에 쌀은 우리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탈리아에는 이런 쌀 속담이 있다고 한다. “Il riso nasce dall'acqua e muore dal vino.”(쌀은 물로 태어나서 와인과 함께 죽는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대한민국영화음악페스티벌(KCMF) 예술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