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문화 예술

Climate Crisis: Culture and Art as Tools for Sustainability

2024-10-01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기후 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닌, 인류의 지속 가능성과 문화 보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다. 특히 태평양 도서국과 같은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가 그들의 전통문화와 삶의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섬들은 단지 물리적 피해를 입는 것만이 아니라,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그들의 문화적 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문화와 예술은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섬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1. 문화유산도 정체성도 물에 잠긴다

태평양 지역의 섬 문화는 역사, 언어, 전통 및 예술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이 소중한 문화유산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Climate X의 연구에 따르면, 홍수와 해안 침식과 같은 기후 재난이 많은 세계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환경적 피해를 넘어, 섬 주민들의 정체성과 생활 방식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들에게 바다와 땅은 단순한 생존의 터전이 아니라, 문화적 전통과 신화가 깃든 공간이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이 소중한 공간이 파괴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통적 기억과 유산도 함께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2. COP26에 모인 리더들을 울게 한 태평양 예술 프로젝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을 넘어, 시각적이고 감정적으로 기후 변화의 현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태평양 도서국 주민들은 전통 예술과 문화적 표현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며,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노래와 춤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보여주며, 기후 변화가 환경적 변화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균형을 파괴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COP26에서 주목받은 ‘Mana Moana – Pacific Voices’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평양 섬 주민들이 직접 만든 11개의 시와 예술적 영상 작품을 통해 그들의 기후 위기 경험을 전달했다. 이 작품들은 청중들이 단순한 데이터를 넘어서, 기후 변화로 인해 실질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태평양 섬 주민들의 고통을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문화적 접근은 기후 협상에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더 큰 공감과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3. 스토리텔링, 공감의 힘
스토리텔링은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이다. 특히 태평양 섬 주민들이 기후 변화로 겪는 현실을 자극적인 영상과 원망 섞인 호소가 아닌, 시와 음악과 춤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Mana Moana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시들을 단 몇 편이라도 들어보기를 바란다. 엄마, 할머니, 증조할머니와 나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딸은 더 이상 그 고리 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가슴 저미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기후 변화가 단순한 과학적 개념을 넘어 우리 모두가 직면한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4. 기후 위기 속에서 빛 발하는 예술의 힘
혹자는 당장 몇십 년 후면 물속에 땅이 가라앉는데 지금 한가하게 시나 쓰고, 춤이나 출 때냐고 말할 수도 있다. 뭘 모르는 소리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문화적 접근은 필요할 뿐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감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통계나 데이터에만 의존한 논의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며 태어난 곳과 그곳의 문화가 뿌리인 개개인의 역사 속에 파고들어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로 다가오는 문제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Climate Crisis: Culture and Art as Tools for Sustainability

The climate crisis is more than an environmental challenge; it is a threat to the sustainability of human life and the preservation of cultural heritage. In regions like the Pacific Islands, rising sea levels and extreme weather not only destroy land but also endanger centuries-old traditions and identitie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se communities and their environment is deeply intertwined, and climate change threatens to sever that connection.

To address the crisis, culture and art play a crucial role in raising awareness. Traditional forms of expression—music, dance, and storytelling—allow people to connect emotionally to the issue, making it more than just statistics. Projects like ‘Mana Moana – Pacific Voices’, showcased at COP26, highlight the importance of storytelling in conveying the devastating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island communities. These artistic expressions resonate on a personal level, pushing for action and empathy.

In this context, cultural engagement is essential. It transcends data-driven discussions and inspires people to act. As climate change becomes a reality for all, the emotional power of culture and art will be vital in mobilizing global efforts toward sustainability.

 

·사진 ㅣ 박재아

박재아 섬큐레이터는 지난 20년간 인도네시아, 태평양, 모리셔스 등 섬나라 및 지역의 정부를 대표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진흥하는 지사장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이화여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또한, 조선대학교 외래교수와 <Arts & Culture> 국제교류이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