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그린 남자, 까이보트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4월호의 <인상파 전시>와 9월호의 <옹플레르 바다>에 이어서 인상파 시리즈 세 번째로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까이보트 (Gustave Caillebotte, 1848~1894)를 살펴보자.
기차역이었던 오르세미술관
파리에는 목적지별로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기차역이 있다. 현재는 국가의 철도청에서 이를 총괄하지만, 19세기 기차가 개통될 무렵에는 민영화로 개별적으로 운영했었다. 파리의 역 중에서 가장 화려했던 역으로 호텔과 연회실을 보유했던 오르세 역은 1930년대까지는 번창하였지만 노선변경 등으로 쇠퇴하여 이후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프랑스 정부는1977년에 이를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기로 결정하고, 1986년 미테랑 정부하에 개관하였다. 기차길을 덮어서 만든 공간이 시원하고 거대한 벽시계가 인상적인 이 미술관은 매우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한편 기차역은 모네를 비롯하여 다수의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 소재로 쓰였다.
마룻바닥의 노동자들
20여 년 전 오르세미술관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작품은 바닥 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르느와르 작품 등 우리나라의 교과서에서 보았던 작품들 사이에 걸려있는 이 작품은 다소 생소한 소재를 담고 있는데, 상의를 탈의한 남자 셋이 목재 소재의 바닥을 대패질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고 있다. 두 명은 목재 바닥의 결과 평행한 방향으로 바닥에 무릎을 끊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양팔을 길게 뻗었다가 당기며 작업 중이다. 다른 한 명은 뒤쪽의 창문 앞쪽에서 오른팔을 뻗어 작업 중이다. 세 남자를 둘러싼 공간은 전형적인 파리의 오스만양식의 건축물인데, 19세기 파리 부유층의 주거 건축물로 지금도 인기가 많다.
한편 그림 속 오른편에는 레드와인 한 병이 보인다. 노동자들의 목도 축여주고 힘든 마음도 달래 주었나 보다. 까이보트 외에도 <이삭줍기>를 그린 밀레와 발레리나와 여성 노동자를 그린 드가를 포함하여 19세기 프랑스의 화가들은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는 데 적극적이었다.
남자를 그린 까이보트
대부분의 화가들이 여성의 모습이나 누드화를 그렸다면, 까이보트는 유독 남성들을 그렸다. 자화상을 연상케 하는 혼자 있는 익명의 남성은 언제나 댄디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들과 지인들 또한 대부분 부유층 남성을 연상케 하는 의상과 여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까이보트의 부친은 군수물품을 납품하는 당대 기업인이었다. 풍족했던 까이보트는 판매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더불어 그는 물심양면으로 인상파화가들에게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였다. 그들의 거처와 작업실을 마련해 주고 작품을 구매하는 등 실질적인 메세나이자 동료였다. 더불어 그가 수집한 작품들은 훗날 국가에 기증되었다.
글 ㅣ 이화행 Inès LEE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파리 소르본 미술사대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