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지구를 살린다?
[아츠앤컬쳐] 지난 10월 11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국가적으로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계기로 그를 해외에 알린 대표소설인 ‘채식주의자’가 주목받으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피로 범벅이 된 고깃덩어리를 먹는 꿈을 꾸고 난 뒤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주의를 선언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과 함께 작가가 한때 달걀과 우유는 섭취하는 ‘락토-오보’ 채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채식의 종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와 함께 소설의 주인공처럼 실제로 채식주의자가 되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농장 동물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 대한 정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채식 지향을 선택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파리기후협약 임계점인 섭씨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유한 국가에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발표한 배경에도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이 있다. 같은 해 3월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플로리다대학, 환경보호기금 연구팀이 육류와 유제품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 내용이 실렸다. 연구팀은 식량 생산 방식과 고소득 국가에서 육류를 소비하는 행태를 바꾸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연구 내용에 따르면 “소와 양처럼 음식을 되새김하는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양의 33%에 이른다.” 특히 소나 양처럼 몸집이 커질수록 소화과정에서 방귀나 트림 등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 양은 더 많아진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80배는 더 높은데,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내뿜는 메탄가스 양은 소형차 한 대가 일 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거의 같다. 축산업이 자동차, 기차, 비행기, 선박과 같은 교통수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60kg의 탄소가 발생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물을 키울 목초지와 사료를 재배할 땅을 확보하기 위해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산림이 파괴되는 이유의 90%가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 고기 1톤에 필요한 사료는 평균 6톤으로 전 세계 생산 곡물의 30%가량이 육류를 얻기 위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필요한 물의 양만 1만5000리터에 달한다. 토마토 1kg을 수확하는 데 322리터의 물이 필요한 것에 비교해 보면, 고기를 얻기 위해 농장 동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고기 없는 월요일’과 같은 캠페인이 유행하는 등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관련 산업군도 커지는 추세다. 폴 매카트니는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을 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UN은 일찌감치 기후변화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낮추려면 육류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라고 공식적으로 권고하기도 한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육식의 폭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차별과 폭력, 혐오의 실체를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육식의 폭력에 거부하는 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자비하게 ‘린치’를 가하고, 매몰시키는지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필력 한다.
앞의 육식과 채식 사이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에 근거하여 채식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나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싶다. 한 조각의 스테이크와 콩나물국밥 한 그릇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95배 차이가 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육식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육식의 폭력에 맞서 비폭력 식사, 평화의 식사, 채식을 존중하면서, 오늘 밥상의 메뉴를 정해본다.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