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와 다이빙
[아츠앤컬쳐] 시간과 공간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지만,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이래 서로 융합된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예술에도 영향을 끼친다. 시간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던 장르에서 많은 화가들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게 된다.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도 바로 이러한화가들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호크니는 영국 웨스트 요크셔(West Yorkshire) 지방의 브래드퍼드(Bradford) 출생으로 브래드퍼드 미술대학과 런던 왕립 칼리지(Royal College of Art)를 다녔다.
1960년 영국 대중문화의 전성기에 「닉 와일더의 초상(Portrait of Nick Wilder)」,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등과 같은 수영장 이미지의 작품으로 유명해진다. 그는 특유의 풍부한 실험 정신으로 회화, 데생, 판화, 사진, 영화, 무대 장식, 일러스트레이션 등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절제된 기법의 사용, 빛에 대한 관심, 팝아트와 사진술에서 끌어낸 솔직하고 평범한 사실주의가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영국에서 스타일 잡지 같은 이미지의 팝아트를 하다가 1960년 캘리포니아로 오게 된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깊고 푸른 바다, 맑은 하늘에서 쨍쨍 내리쬐는 햇살, 멋진 집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풍경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는 여기서 풍요로운 소비 사회가 만들어낸 미국의 여유를 보고, 현대 사회의 새로운 현실을 그리는 팝아트적 견지에서 이를 단순하게 그리기로 한다. 새로운 산업 사회가 촉발한 미국인의 여유로운 생활과 소비 중심의 사회를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하는 미국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은 호크니 그림 중에 가장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작가의 독창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964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인근에 거주하며 이 도시를 그리기 시작한 호크니는 미국의 도시성과 이국적인 문화, 현대적인 건축물과 라이프 스타일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세밀한 관찰이 필요한 ‘물’이란 어려운 소재를 다루면서 순간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노력에 몰두했다. 세밀하고 꼼꼼한 묘사를통해 수주에 걸쳐 물의 형태를 그려낸 호크니는 우연성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는 당시 유행하던 액션페인팅 양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강조한 이 작품은 당대 회화적 장면의 인공성을 부각하는 작품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은 햇빛에 흠뻑 젖은 수영장을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은 1967년에 완성된 작품인데,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대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이하게도 이 그림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강한 수평과 수직 구성에 힘입어 화면의 고요한 느낌은 강화된다. 수영장 뒤에는 분홍색의 현대적인 건물과 빈 의자가 있다. 인근 건물의 실루엣이 대형 창문에 비치고 있다. 두 그루의 뾰족한 야자나무와 가지런한 풀 테두리가 세심하게 손질된 정원을 암시한다.
물이 첨벙 튀는 모습과는 별개로 거의 완전히 고요하다. 그림 중앙에 얼어붙어 있는 듯한 물보라는 그 자체로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 같다. 실제 수영장의 물방울은 2초도 채 안 되어사라지지만 그림 속에서만큼은 영원히 멈춰 있다. 또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수영장 옆에 있는 빈 의자에 앉아있다가 시원하고 잔잔한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실제 수영장에서의 다이빙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어느 수영장에서 1996년에 있었던 일이다. A씨는 성인용 수영장에서 머리를 아래쪽으로 하고 다이빙 자세로 물속에 뛰어들다가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목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사실 이 수영장은 입장 정원이 약 3,000명인 대형 공간이었고 실제 다이빙 시설은 없었다. 그리고 수영장 사방의 벽면에는 수심과 함께 다이빙 금지를 알리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또한 수영장은 입장객의 안전을 위하여 매시 15분간의 휴식시간마다 수영장에서 뛰거나 다이빙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하고, 자격증을 소지한 수상안전요원을 2인, 그 외의 보조안전요원을 5인 배치하여 운영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고가 난 당일에는 수영장 정원을 넘어서는 약 8,000명이 입장하여 극도로 혼잡한 상태였기에 사실상 안내방송은 들리지가 않았다. 또한 안전요원도 자격증을 소지한 수상안전요원은 1명, 보조안전요원 3명만을 배치하여 실제 안전요원들이 제대로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에 A씨가 사고를 당하였을 때에도 안전요원이 즉시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A씨의 일행이 매표소에 가서 사고 발생을 알리고, 이후 다른 이용객의 연락을 받은 119구조대원이 출동하고서야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이에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수영장 측은 다이빙이 금지되는 이 수영장의 관리, 운영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 이용객들에게 다이빙이 금지된다는 것을 알리는 한편, 이를 잘 모르고 다이빙을 하려는 이용객에 대하여는 주의를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 사고의 발생을 방지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위 수영장에 충분한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입장객의 동태 및 안전사고 유무를 즉시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일 수영장 사방 벽면에 다이빙의 금지를 알리는 문구만을 표시하였을 뿐 보다 적극적으로 입간판 등을 설치하는 등으로 다이빙이 금지된다는 것을 이용객에게 충분히 주지시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입장객의 정원을 초과하여 입장시켰음에도 안전요원을 4명만 배치하여 A씨가 다이빙하는 것에 대하여 주의를 주거나 이를 제지하는 등의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고, 사고 발생 후에도 안전요원이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다른 입장객이 사고발생사실을 119구조대에 알려 병원후송조치 등을 취하게 함으로써 사고 손해를 확대한 과실이 있다.
다만 A씨는 만19세의 신체 건장한 남자로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안내방송을 경청하고, 다이빙금지 등의 문구에 유의하여 다이빙을 자제하고, 다이빙을 하는 경우에도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지 않도록 적절한 입수자세를 취하여 사고를 방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A씨의 잘못도 사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수영장 측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범위를 정함에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로 인한 수영장 측의 책임 비율은 2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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