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유산인가, 고유한 전통인가

‘하나의 태평양’이 놓친 문화적 주체성

2024-12-01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최근 폴리네시아 지역에서는 ‘통가의 말루(Tongan Malu)’ 논쟁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사모아 여성의 전통 문신인 말루(Malu) 패턴이 통가에서 사용되면서 촉발된 논쟁으로, 문화 소유권과 기원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말루는 사모아 여성의 성인식과 공동체 헌신을 상징하며, 별자리 모티프가 그 특징이다.

현재 태평양 국가의 경계는 대부분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 인위적인 산물로, 과거 태평양 공동체의 연대와는 다르다. 과거 통가인들은 사모아로 항해해 타타우(Tatau) 문신을 새겼으며, 이는 특정 민족의 소유가 아닌, 공유된 문화 자산으로 간주되었다.

오늘날 많은 태평양 국가에서 문신이 패션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지만, 사모아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남성은 페아(Pea), 여성은 말루(Malu) 문신을 새기며, 특히 말루의 별자리 모티프는 항해 지도 역할을 해 태평양 항해에서 길잡이 역할을 했다.

통가가 말루 패턴을 자국의 전통 문신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문화적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통가 측은 말루 패턴이 공유된 유산이라 주장하는 반면, 사모아는 이를 고유한 전통으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 논쟁은 전통 문신이 단순한 공통 유산인지, 특정 민족의 독자적 전통인지에 대한 재검토를 불러일으켰다.

사모아는 폴리네시아 항해의 중심지로서, 별자리 지도와 항해술을 통해 말루 패턴이 통가, 피지, 쿡 제도로 확산되었다. 이는 사모아가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로 평가된다.

‘하나의 태평양(One Pacific)’ 개념은 외부 간섭에 맞선 연대의 상징이지만, 모든 문화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는 개별 국가의 정체성을 희석할 위험이 있다. 부르디외의 ‘문화 구별짓기’ 이론에 따르면, 고유한 문화 자산을 지키는 것은 상징적 자본을 형성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결국 ‘통가의 말루’ 논쟁은 단순한 소유권 문제가 아닌, 정체성과 자주성을 둘러싼 갈등이다. ‘하나의 태평양’이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도, 개별 문화의 기원과 전통을 모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각국은 독립적인 문화 자산을 지키면서도 공동의 유산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Shared Heritage or Unique Tradition: The Debate Over Malu and Batik

The ongoing debate over the <Tongan Malu> echoes the earlier Batik controversy between Indonesia and Malaysia, highlighting issues of cultural ownership and identity. The Malu, a traditional Samoan tattoo symbolizing adulthood and communal commitment, has sparked tensions as Tonga seeks to incorporate its patterns into its cultural heritage, claiming it as shared Pacific heritage. Similarly, the Batik controversy arose when Indonesia registered Batik as a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2009, emphasizing its unique techniques and societal symbolism, while Malaysia argued it was a shared Southeast Asian tradition. Both debates underscore the complexities of cultural exchange, colonial-era boundary impositions, and the challenges of recognizing unique cultural traditions amid shared regional legacies. Drawing parallels, these cases highlight the need for a balanced approach that protects distinct cultural identities while fostering regional solidarity and mutual respect.

 

글·사진 ㅣ 박재아

박재아 대표는 한국 최초의 주한 피지 관광청 지사장, 사모아 관광청 한국대표, 솔로몬 관광청 정책자문을 역임하며 태평양 지역의 관광 진흥과 문화 보존에 앞장섰다. 또한, 태평양관광기구(SPTO) 한국대표로 재직하며 쿡 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팔라우 등 14개국의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과 섬 문화 다양성 보존에 기여했다. 외교부 ‘한-태평양 협력기금’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한국과 태평양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및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현지 커뮤니티와의 협력으로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에도 기여했다. 현재는 태평양 기후위기 대응협의회 사무처장으로서 기후위기 대응 전략 수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