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아츠앤컬쳐] 아니쉬 카푸어는 1954년 인도 출신 영국 예술가이며,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와 명성을 모두 가진 작가이고, 생존 작가 중 천억 원대 자산을 가진 몇 안 되는 작가다. “공간을 차지하는 조각이 아닌, 공간을 창출하는 조각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별명은 “The Bean”이다. 아니쉬 카푸어의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 공원의 AT&T플라자 중앙에 설치된 작품 '클라우드 게이트'(구름문 2006),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센즈 사이언스 아트센터에 있는 ‘Sky Mirror’ 등이 있다.

아니쉬 카푸어는 1995년부터 반사성이 강한 스테인리스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작업들은 거울과 같아서 주변 사물들을 반사하여 왜곡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스테인리스 재료는 반사가 되어 공간을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의 갤러리 델 아카데미아 디 베네치아와 팔라조 맨프린(2022), 영국 옥스포드 현대미술관(2021), 영국 노포크 호턴 홀(2020), 독일 뮌헨 모던 피나코텍 미술관(2020),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펀다시온 프로아(2019), 중국 베이징 중앙 미술관및 황실 사원 아카데미(2019), 포르투갈 포르투 세랄베스 현대미술관(2018), 멕시코 시티 현대미술관(2016), 프랑스 베르사유궁전(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가는 인도 봄베이(현재의 뭄바이)에서 인도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대교를 믿었던 그는 1971년부터 1973년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영국 혼지 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 그의 작품활동에는 흐름이 있는데,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는 석조작업을 중심으로 세상의 두 가지 이치들에 대한 작품을 만들었다. 하늘과 대지, 명과 암, 물질과 정신, 의식과 잠재의식 등에 대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작품 ‘Void’는 특이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반타블랙’(Vantablack)의 99%의 빛 흡수율 때문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 궁극의 블랙컬러에 환호했다. 카푸어는 “사람들은 예술에서 뭔가를 자꾸 보여주려고 하는데, 나는 그 정반대의 일, 무언가를 어떻게 사라지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재료 개발에 투자를 했던 카푸어는 자신만 독점할 수 있다고 공론화시켜 예술가들에게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일에 대해 현대미술가인 스튜어트 셈플은 ‘핑크’를 만들어 아니쉬 카푸어 외에 모든 사람이 다 사용할 수 있다고 SNS를 이용해 선포하기도 했다. 평론가가 맥빌리는 이를 낮으로부터 밤으로서의 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카푸어의 작품에서 색과, 형상은 대다수 ‘어둠’으로 대체되고 그가 이전까지는 특정 형상으로 대변했던 숭고함은 신비하고 어두운 빈 공간의 이미지로 대체된다.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궁과 질과 같은 여성의 이미지들로 대체된다고 해석되기도 했다.

2023년 한국 국제갤러리에 전시했던 작품 'in-between ll'은 모든 걸 쏟아내어 터져버린 듯 붉은 핏빛으로 점철된 화면이 기묘한 충동으로 꿈틀거리게 한다.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원초적이고 성적인 기운까지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미술은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논제에 물음표를 던진다. 이렇게 자신이 다루는 물질의 한계에 도전함으로써 카푸어는 그 물질의 창출 및 파괴를 동시에 고찰하고, 나아가 관람자의 신체적 감각을 시험해 지극히 자극적이고도 시적인 ‘사이(in-between)의’ 상태를 포착해낸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이탈리아 베니스, 한국의 국제갤러리,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등에서 많은 전시를 하는 카푸어의 새로운 작품이 복잡한 세상의 것들을 어떻게 흡수시켜 사라지게 할지, 그리고 어떤 공간의 확장을 경험하게 할지 다음 전시가 기다려진다.

글 ㅣ Marie Lee Seung Jin

Lasalle Art School 에서 SEA Art History 석사졸업 

National Museum 과 Peranakan Museum, SCCCI Docent 로 활동중

independent curator & Art art historian 

동남아시아 예술 문화 연구소: SEA&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