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천국보다는 훨씬 가까운 태평양의 요충지
[아츠앤컬쳐] 피지공화국은 태평양에 위치한 333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로, '연산호의 수도'라 불릴 만큼 뛰어난 수중환경을 자랑한다. 희귀종인 크레스트, 밴디드 이구아나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며, 타베우니 섬에는 ‘날짜변경선’을 표시한 실물 푯말이 있어 새해 첫날이나 기념일을 같은 장소에서 두 번 맞이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어가 출몰하는 지역이 있어 스노클링만 할 줄 알아도 쉽게 상어 먹이주기(shark feeding) 체험이 가능하며, 작은 섬들이 에메랄드 바다 위에 메밀 꽃밭처럼 흩어진 환상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기도 한다.
피지는 태평양 지역 중 관광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 중 하나로, 메리어트, 쉐라톤, 힐튼, 아웃리거 등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들이 세련되고 자연 친화적인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더 펄, ‘타노아’ 등 가성비 좋은 중저가 호텔들도 많다. 특히 호주에서는 피지의 섬 하나를 전세 내어 파티를 즐기거나 20박짜리 섬 호핑(hopping) 여행상품이 인기다.
피지는 사모아, 바누아투, 투발루, 키리바시 등 미지의 섬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항공 허브이기도 하다. 한때 대한항공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인천~피지(난디) 직항편을 운영하기도 했을 만큼, 피지는 태평양의 관문이자 허브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현재도 우리나라 대사관이 피지의 수도인 수바(Suva)에 공관을 운영 중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피지는 미-중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주목받는 지역이다. 최근 피지는 전통적인 파트너인 호주, 뉴질랜드,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려는 피지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지는 국제 사회에서 14개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영토 분쟁, 해양 자원 갈등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피지와의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진정성 있는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피지로의 여행을 통해 교류를 증진하는 것이다. 탁상공론으로 태평양을 분석할 게 아니라, 자꾸 만나고 알아야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현재 한국에서 피지로 가는 직항편은 없지만, 피지항공이 홍콩, 싱가포르, 일본, 호주,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어, 경유지에서의 여행과 피지에서의 휴양을 결합한 여행 계획이 가능하다.
또한, 피지는 영국의 식민지를 100년이나 겪어 발음도 좋고 차별 없이 영어를 배울 수 있어 어학연수로 각광받아 왔다. 치안이 좋고 자연 친화적인 환경 덕분에 장기 체류 여행에도 적합하다. 영화 속에서나 접한 “천국과 가장 가까운” 미지의 태평양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글·사진 ㅣ 박재아
박재아 대표는 한국 최초의 주한 피지 관광청 지사장, 사모아 관광청 한국대표, 솔로몬 관광청 정책자문을 역임하며 태평양 지역의 관광 진흥과 문화 보존에 앞장섰다. 또한, 태평양관광기구(SPTO) 한국대표로 재직하며 쿡 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팔라우 등 14개국의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과 섬 문화 다양성 보존에 기여했다. 외교부 ‘한-태평양 협력기금’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한국과 태평양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및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현지 커뮤니티와의 협력으로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에도 기여했다. 현재는 태평양 기후위기 대응협의회 사무처장으로서 기후위기 대응 전략 수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