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의 코
[아츠앤컬쳐]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가 1501년~1504년에 만든 대리석 ‘다비드’ 조각상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504년, 미켈란젤로가 이 유명한 조각상을 완성했을 때, 피렌체 공화국의 고위 관리들이 5.17m의 걸작을 보기 위해 개관식에 참석했는데, 그 중에 유명한 예술 후원자인 피에로 소데리니(Piero Soderini, 1451~1522)가 있었다. 소데리니는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다비드‘는 아름답지만 코가 불균형하다고 생각한다며 예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코를 조금 줄여야 한다고 미켈란젤로에게 말했다. 자존심 강하고 예민한 성격의 미켈란젤로는 소데리니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화를 내지 않았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미켈란젤로는 매우 현명한 방법을 생각했다. 그는 코를 조금 깎기로 동의하고는 비밀리에 대리석 가루와 작은 조각을 모았다. 그리고 망치와 끌을 들고 사다리에 올라서서 코를 깎는 척하면서 미리 준비한 대리석 가루와 조각 파편을 떨어뜨렸다. 이렇게 눈속임을 하고 수정했다는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떨어지는 파편을 보고 사람들은 코가 조금 줄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소데리니는 이제야 조각상이 완벽해졌다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소데리니는 마키아벨리가 피렌체 공화정에서 일하던 시절에 ‘종신 곤팔로니에레(행정·사법 수반)’로서 피렌체를 이끌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베키오 궁에서 그림 배틀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 다 그림을 완성시키지 못해 배틀은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미켈란젤로의 재치와 기지가 넘쳐나는 이 이야기는 속초 미켈란젤로 뮤지엄에 있는 다비드 조각상 옆에 마련된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글 | 전동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