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비 Águas de Março

새로운 계절의 인사

2025-03-01     아츠앤컬쳐
Carlos Jobim 동상

[아츠앤컬쳐] 계절의 변화는 추억을 불러오고 추억은 노래를 불러온다. 비틀즈의 ‘Here Comes the Sun’이나 자크 브렐의 ‘Le Printemps’, 산타나의 ‘Primavera’, 빌 에반스의 ‘You Must Believe in Spring’는 모두 봄을 표현한 곡이다. 봄은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재생의 활기를 주며 햇살과 산들바람은 일상 속 작은 기쁨을 누리게 한다. 카를루스 조빙의 ‘Águas de Março’ 또한 봄과 관련된 노래로 3월의 풍경과 일상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삶의 흐름을 표현한다.

조빙의 음악은 때때로 자연과 감정을 나열식 구조로 묘사하여 삶의 깊이를 성찰하게 한다. ‘Wave’, ‘Agua de Beber’, ‘A Felicidade’ 그리고 ‘Águas de Março’의 경우처럼 가사들은 자연과 삶의 유기적 흐름을 통해 생의 본질을 노래한다. ‘Águas de Março’의 경우는 더욱 뚜렷한데 이는 멜로디의 반복성과 생동감이 다양한 사물과 상황 속에 녹아나 이미지화되기 때문이다. 3월의 비, 혹은 빗물의 흐름을 묘사하는 ‘Águas de Março’는 비에 젖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기는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저건 나뭇가지, 돌멩이, 막다른 길. 저건 잘린 나무, 약간의 외로움. 저건 유리 조각, 삶과 햇살. 저건 죽음, 매듭, 낚싯바늘...저건 나무의 흔들림, 벼랑에서 떨어진 통나무, 저건 깊은 신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건 비, 강가의 대화, 저건 3월의 물결, 피곤함의 끝.”

Carlos Jobim

브라질 사람들에게 3월은 우리가 봄을 대할 때의 감흥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로 존재한다. 남반구에 자리한 브라질의 3월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월은 열대성 소나기로 여름 내내 고온다습한 날씨가 끝나고 신선한 계절이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가사의 끝의 “피곤함의 끝”이란 묘사는 바로 이러한 내용을 설명해주는 표현으로, 노래는 자연스럽게 변화와 새 출발을 강조하며 희망을 전달한다.

‘Águas de Março’의 가장 유명한 버전은 조빙과 브라질의 전설적 가수 엘리스 헤지나(Elis Regina)의 듀엣이다.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주고받듯 부르는 1974년의 버전은 원곡의 서정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감성을 잘 살려낸다. 사실상 ‘Águas de Março’는 조빙의 여느 보사노바와는 사뭇 다른데 이는 삼바의 리듬 구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보사노바가 삼바에서 파생했지만 부드러운 쿨 재즈 요소를 부각시키는데 비해, 전통 음악에서 발전된 삼바는 더욱 활기차고 강한 스윙감과 당김음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Águas de Março’의 나열식 음절은 이러한 삼바의 리듬 요소와 만나 경쾌하면서도 희망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Stacey Kent

흥미로운 점은 포르투갈어로 된 원곡의 느낌이 프랑스어나 영어로 개사된 곡들에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조르주 무스타키(Georges Moustaki)의 ‘Les Eaux de Mars’나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의 ‘Waters of March’의 감상으로 알 수 있다. 2010년에 발표된 스테이시 켄트(Stacey Kent)의 프랑스어 버전은 그녀 특유의 감미롭고 감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앨범 <Raconte-moi(내게 들려줘)>의 첫 트랙인 이 곡은 재즈와 보사노바 사이의 절묘한 균형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Raconte-moi>는 2010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앨범으로 알려졌는데, 12곡의 다양한 프랑스어 곡들은 감미로운 재즈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있다.

3월은 모두에게 새로움의 시기이다. 그것이 봄의 시작이든 여름의 끝이든 계절의 변화는 곧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아마도 봄의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에밀리 디킨슨의 싯귀가 계절의 인사를 전해줄 것이다. “봄에는 빛이 있다. 일 년 중 어떤 다른 계절에도 존재하지 않는. 3월이 겨우 여기 왔을 뿐인데.”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