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제도의 3월 1일

2025-04-01     아츠앤컬쳐
원자력 유산 재단

 

[아츠앤컬쳐] 1954년 3월 1일, 미국은 캐슬 브라보(Castle Bravo) 핵실험을 감행했다. 예상했던 6메가톤(Mt)의 위력을 두 배 이상 초과한 15메가톤 규모의 수소폭탄이 폭발했다. 이는 히로시마 원폭의 1,000배에 달하는 위력이었으며, 폭발 직후 거대한 버섯구름이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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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낙진은 반경 160km 이상 확산되어 롱겔라프(Rongelap), 우티릭(Utirik) 등 인근 섬 주민들이 심각한 피폭 피해를 입었다. 방사능에 노출된 주민들은 피부 화상, 암, 유전 질환 등에 시달렸으며, 일부 섬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 마셜제도는 이날을 핵정의의 날(Nuclear Victims Remembrance Day)로 지정하고 매년 피해자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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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마셜제도에서 총 67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 낙진과 오염물질은 토양과 바다에 깊이 스며들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안전한 식수와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마셜제도 국민들의 사망원인 1위는 갑상선 암으로, 지금까지 핵실험 이후 태어난 세대들도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보상과 지원은 제한적이다. 마셜제도 주민들은 여전히, 그러나 묵묵히 핵실험의 유산(nuclear legacy)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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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일본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일본 참치잡이 어선 다이고 후쿠류마루(第五福龍丸)가 폭심지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해역에서 조업 중이었으며, 선원 23명 전원이 방사능 낙진에 피폭되었다. 무선장이었던 구보야마 아이기치는 피폭 후 6개월 만에 사망했으며, 이후 13명이 간암, 간경변, 뇌출혈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핵실험의 위험성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마셜제도 원주민들은 일본 어부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NASA Earth Observatory

직항편이 있다면 마셜제도까지 비행시간은 불과 5시간 40분으로, 비교적 가까운 나라다. 또한, 태평양에서 참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주요 어업국이며, 지금도 한국의 원양어선이 조업을 위해 자주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마셜제도는 세계 단 7개국에만 대사관을 운영하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이다. 이는 마셜제도가 한국을 중요한 협력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 역시 이들의 역사와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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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강대국의 일방적인 힘에 의해 상처를 입었으며, 그 상처는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지리적으로도 멀지 않은 나라, 원양어업과 해양 교류로 연결된 나라, 그리고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는 나라로서, 마셜제도의 3월 1일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

2022년 신안군에서 열린 ‘2022 세계섬문화다양성 포럼’에서 연셜 중인 트리가 앨번스 이쇼다 (Tregar Albons Ishoda) 주한 마셜 제도 대사

On March 1, 1954, the U.S. conducted the Castle Bravo nuclear test in the Marshall Islands, releasing a 15-megaton explosion—1,000 times stronger than the Hiroshima bomb—that spread radioactive fallout over 160 km, devastating local communities. Between 1946 and 1958, 67 nuclear tests contaminated the land and sea, leaving generations suffering from cancer and genetic disorders, yet U.S. compensation remains insufficient. Despite its geographical proximity and deep-sea fishing ties, South Korea has largely overlooked this tragedy. As one of only seven countries with a Marshallese embassy, Korea shares a history of enduring superpower dominance and unhealed wounds. Recognizing March 1st in the Marshall Islands is not just about remembrance but about acknowledging shared histories and advocating for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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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재아

박재아는 태평양기후위기대응협의회 사무처장이자 태평양학회 이사, 팔라우 대통령 경제·관광 직속 자문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관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피지(Fiji)·사모아(Samoa) 관광청 한국지사장, 솔로몬제도 관광청 특별자문, 태평양 관광기구(SPTO) 한국지사장,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MoTCE-RI) 지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