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주사, 나한테도 맞을까?

2025-04-01     아츠앤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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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최근 병의원 앞에서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다. 명품 매장도 아닌데,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병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이유는 다름 아닌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때문이었다. 위고비가 출시된 이후 한동안 품귀 현상이 벌어졌고, 처방을 받기 위해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쪼개 병원으로 달려갔다. 사실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살 빼는 주사’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몇 년간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던 ‘삭센다’가 있다. 하지만 주 1회만 맞아도 되는 편의성이 높아진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바쁜 일정을 쪼개서 병원으로 향했던 것 같다.

위고비를 비롯한 최근의 비만 치료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라는 기전을 이용한다. 원래는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이후 비만 치료제로도 승인되었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식사 후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한 약물이 체내에서 음식 섭취를 줄이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것이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피하주사로 투약하며, 임상시험에서 평균적으로 체중의 약 15% 정도를 감량하는 효과를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 달에 10만 원대로 처방받을 수 있지만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삭센다에 비해 월 처방 비용이 40~70만 원으로 형성된 고가의 약임에도 불구하고, 효과와 투약 편의성이 높은 것이 장점으로 작용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 그 결과, 출시 3개월 만에 월 2만 건을 상회하는 처방전 수를 기록하며 앞으로도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살 빼는 주사’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관련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권장된다. (참고: 한국 성인 비만 기준은 BMI 25 이상에 해당함) 단순히 몇 kg만 감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생활습관 개선과 병행해야 효과가 지속된다. 또한 메스꺼움, 구토, 변비, 설사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심박수 증가나 췌장염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도 보고되었다. 따라서 의료진과 상담 없이 무턱대고 주사를 맞기보다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치료 목적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비만 치료제의 등장은 분명 획기적인 변화이지만, 이것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더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만은 단순히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질환, 정신 건강, 생활습관과 깊이 연관된 복합적인 문제다. 따라서 단순히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개인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대란’ 속에서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 치료제는 ‘기적의 주사’가 아니라, 체중 감량을 돕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무엇보다 꾸준한 생활습관 개선과 병행해야 건강한 감량이 가능하다. 결국, 건강한 다이어트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변화’에 있다.

 

글 | 김혜원
뉴로핏 (NEUROPHET) 메디컬 디렉터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前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방병원 뇌신경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