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란다 Yolanda

서정의 혁명

2025-04-01     아츠앤컬쳐
Pablo Milanés

 

[아츠앤컬쳐] 혁명은 단순한 정치적 변화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예술사 안에서도 혁명과 변화의 순간이 존재하는데 바로 르네상스의 태동이나 낭만주의의 도래, 소비에트 아방가르드, 누에바 칸시온, 펑크 록과 DIY 문화, 힙합과 스트리트 컬쳐 그리고 현재의 한류 열풍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예술적 혁명은 그것이 단순한 현상에 그치지 않고 당대에 존재하는 민중들의 열망과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혁명의 울림은 때로는 강하고 전투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편적이고 감성적이기도 하다. 소비에트 아방가르드나 펑크 록의 표현방식이 전자의 예라면, 후자의 예는 라틴 문화권을 결속시킨 누에바 칸시온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후자의 울림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인간성의 강조와 감성적 공감, 은유적 저항을 통해 민중의 마음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누에바 칸시온 시대의 대표곡인 ‘Yolanda’는 한 여인의 이름이다. 쿠바의 싱어송라이터 파블로 밀라네스(Pablo Milanés)의 첫 아내 욜란다 베넷(Yolanda Benet)에게 헌정된 이 노래는 사랑의 고백과 영원의 맹세를 담은 단순한 사랑 노래로 들린다. 하지만 사실상 당대의 시대적 감수성과 혁명적 분위기를 함축하는 노래이기도 한데, 이는 쿠바혁명 이후 1970년대의 민중이 꿈꾸던 예술의 이상과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Yolanda’는 기존의 가요나 혁명가와는 다르게 개인의 감정이나 감상의 표현이 집단적 공감으로 발현되는 시기에 태어났다. 바로 군사정권과 독재, 쿠데타, 혁명, 사회주의 정부 출범 등을 차례로 겪은 민중의 정서가 사랑과 인간성, 순수의 노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였다. 민중은 사회주의적 가치관과는 별개로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으며, 이를 위해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닌 서정적 울림을 선택했다. 이 시기 모두의 목소리를 하나로 응집시킨 ‘Yolanda’는 이념이 아닌 인간을 위한 진정한 혁명을 대변했다.

 

“이건 단순한 노래 가락이 아니야. 사랑의 선언이길 바라. 어떤 형태로도 구애받지 않는 낭만적인. 내가 충만하게 느끼는 이 감정을 전하게 해줘. 사랑해, 사랑해, 영원토록 사랑해... 욜란다, 욜란다, 영원토록 욜란다.”

‘Yolanda’를 포함한 파블로 밀라네스의 노래들은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에서 파생한 누에바 트로바(nueva trova) 운동을 대표하기도 한다. ‘새로운 노래’를 뜻하는 누에바 칸시온이 중남미 전역을 기점으로 보다 직관적인 목소리를 냈다면, ‘새로운 음유시’를 의미하는 누에바 트로바는 쿠바를 중심으로 감정의 영역을 고수했다. 비올레타 파라(Violeta Parra)나 빅토르 하라(Víctor Jara),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음악들이 파블로 밀라네스(Pablo Milanés)와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íguez), 노엘 니콜라(Noel Nicola)의 음악들과 구별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혹자는 누에바 칸시온을 혁명의 함성으로, 누에바 트로바를 혁명의 사색으로 칭하기도 한다.

‘Yolanda’에서 두드러지듯 파블로 밀라네스의 목소리는 깊고 따뜻하다. 서정적 울림이란 바로 그의 창법을 대변하는 표현이기도 한데 그만큼 부드러우면서 높은 감성의 밀도를 지닌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루바토와 섬세한 프레이징은 가사와 음조를 조절하며 긴 파장을 일으킨다. 파블로 밀라네스의 노래들은 보통 쿠반 볼레로 스타일에 보컬 톤과 시적 언어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의 발라드라 불린다. 사실상 이 새로운 발라드는 사랑이라는 개인적인 주제로 인간성의 완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형태의 저항문화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70년대에 한 마음으로 그의 노래를 부르던 민중들은 욜란다가 한 여인의 이름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