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라

2025-04-01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지난 3월 12일~14일에 방문한 이탈리아 남부 도시 마테라(Matera)는 매우 특별한 도시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9년에는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되었다. 석회암 동굴을 파서 만든 마테라(Matera)의 사씨(Sassi) 지구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으로 유럽에서도 크게 주목받는 도시다.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는 마테라는 그라비나(Gravina) 협곡에 형성된 동굴 속에 주거지를 만들면서 거주자가 늘어났고 주변 동굴을 계속 파고들어서 15세기 말에 지금의 사씨 지구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주거지였던 이곳에 의사이자 소설가인 카를로 레비(Carlo Levi)가 정치적으로 3년간 유배 생활하면서 쓴 소설 <예수는 에볼리에서 머물렀다, Cristo si è fermata ad Eboli>에서 마테라를 남부 이탈리아 농민의 비참한 생활의 상징인 것처럼 묘사했는데, 이 소설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이탈리아 정부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변화하게 되었다. 마테라 사씨(Sassi) 지구는 1950년대에 정부가 거주하던 사람들을 새로 조성한 신도시로 이주시킨 후 도시공학자들의 설계로 가옥의 외관을 고치고 배관•배수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3천여 개의 동굴집이 보존되어 있고, 호텔, 레스토랑, 박물관, 쇼핑가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테라 사씨 지구는 사쏘 바리사노(Sasso Barisano), 사쏘 카베오소(Sasso Caveoso), 그리고 중앙의 치비타(Civita)로 크게 구분한다. 마테라는 도시 전체 도로의 경사가 완만해서 걷기에 아주 편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다.

마테라에 사는 니콜라 코솔라(Nicola Cosola) 부부가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마테라 도시의 반대편 언덕으로 안내해줬는데, 도시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배우 멜 깁슨이 감독을 맡은 영화 〈The Passion of Christ: 그리스도의 수난>이 촬영된 곳으로 영화를 촬영할 당시 갑자기 하늘이 칠흑처럼 어두워지고 번개가 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져 지금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영화 <벤허>(Ben Hur, 2016), <007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2021) 등 10여 편의 영화가 마테라에서 촬영되었다.

매년 7월 2일에는 마테라에서는 매우 특별한 마돈나 브루나 축제(Festa Della Madonna Bruna)가 성대하게 열린다고 하니 마테라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이 시기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