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 중심도시를 꿈꾸는 구겐하임 아부다비
[아츠앤컬쳐] 에미리트 7개 도시국가연합 중 맏형 아부다비가 2025년 구겐하임 아부다비 준공을 앞두고 있다. 2006년 아부다비 정부와 솔로몬 구겐하임 재단이 구겐하임 아부다비 건립 공식 협약을 체결한 이후,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디자인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건설비를 투입해 가며 추진해 낸 아부다비의 저력과 의지가 엿보인다. 아부다비는 문화와 지식을 통해 세계의 중심 도시를 지향한다는 확실한 국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제로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뉴욕에 있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뮤지엄은 1959년 개관되었다.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뉴욕 구겐하임은 원형으로 바닥보다 경사진 위의 층으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뉴욕 맨해튼의 어마어마한 고층 빌딩들 속에서도 뉴욕 구겐하임은 뉴욕의 독보적 자랑으로 서 있다.
구겐하임 베네치아인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은 1980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커다란 수로변에 멋지게 서 있다. 컬렉션은 상대적으로 좀 약하지만 수로변의 아름다운 베네치아 전통 건물을 구석구석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미술관 건물 속에서 마당으로 나와 베네치아 수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베네치아의 명물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구겐하임 빌바오는 1997년 완공되어 스페인의 쇠락해가던 북부 해안가 도시 빌바오를 다시 살린 사례로 유명하다. 단 하나의 건축물이 무너져가는 도시를 다시 일으킴으로써 이미 유명했던 프랭크 게리는 세계적 건축가로 재확인되었고, 그는 이 성공을 바탕으로 2003년 미국 LA에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2014년 프랑스 파리 시내에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잇달아 준공하며 문화 건축 설계의 거장으로 등극했다. 특히 자존심 높은 프랑스 사람들이 파리 시내 한가운데 공원 속에 휴지를 구겨놓은 듯한 초현대적 디자인의 미술관 신축 허가를 내주었다는 것 자체가 혁신이었다. 루이뷔통 미술관의 초현대적 테라스로 나가 공원 너머 전통 건축물로 꽉 찬 파리 시내를 조망하는 일은 분명 작은 문화 충격이다.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올해 준공 예정으로 일단 규모 면에서 기존의 구겐하임들을 압도한다. 오리지널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의 뉴욕 구겐하임의 12배 크기다. 총넓이는 약 30,000㎡로 약 9,075평 규모다. 컬렉션은 20세기, 21세기 작품 위주로, 컨셉은 뉴욕 현대미술관인 MoMA를 지향하는 느낌이다. 동시에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둘러싼 서아시아, 남아시아, 북아프리카의 문화적 유산들도 컬렉션에 포함하며 문화 교육센터 역할도 지향한다.
아부다비의 야심은 사실 구겐하임 아부다비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2017년 구겐하임 아부다비 바로 오른쪽 바다에 루브르 아부다비를 10억 달러의 건축비를 들여 준공 운영 중이다. 장 누벨에 의해 완공된 이 건물은 천장에 수천 개의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정말 아름다운 명 건축물이다. 프랑스에서도 해외에 처음으로 루브르가 이름과 컬렉션을 빌려주는 사례라 자존심을 판다며 내부 반대가 격렬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부다비가 루브르 측에 지불한 비용은 약 1조4천억 원이 넘는 쏠쏠한 규모로 알려졌다.
아부다비는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 프랭크 게리를 초대한 것은 물론 거장 노먼 포스터경과 자하 하디드에게도 각각 자이드 국립박물관과 사디야트 음악 공연장을 맡겨 건축 중이다. 이들이 모두 완공되면 아부다비는 정말 사막 한가운데서 세계적 문화중심도시에 도전하게 된다. 아부다비의 실현 가능한 꿈이다. 왜냐하면 아부다비는 문화 부문 이외에도 2019년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대학원을 세워 현재 세계 20위권의 컴퓨터 계열 명문대로 급성장시키며 운영 중이다. 중국계 에릭 싱 총장은 AI 분야의 논문 370여 편을 발표한 세계적 석학이고 세계 명문대에서 초빙된 교수들은 연봉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다비는 이 외에도 MIT, 옥스퍼드, 소르본, 칭화대 등 세계적 명문대학과도 분교 또는 협력 대학 관계를 유지 중이다.
우리나라는 아부다비보다 1년 예산 규모가 25배에 달하며 국토면적도 2배에 가깝다. 큰 나라 한국의 갈 길이 멀고 급하게 느껴진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