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나서야 생긴 알레르기, 도대체 왜?
[아츠앤컬쳐] 어릴 적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계절마다 코가 막히고 눈이 가렵기 시작하거나, 특정 음식을 먹고 두드러기와 복통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렇게 성인기에 이르러 새롭게 생기는 알레르기 증상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서야 알레르기가 생긴 걸까?
알레르기는 기본적으로 면역계의 ‘과잉 반응’이다. 유전적 소인을 지닌 사람이 외부 항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면역 체계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성인 알레르기의 경우, 유전보다 환경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알레르기 체질은 평생 잠재되어 있다가 특정 계기를 통해 처음 발현되기도 한다. 대기오염, 흡연, 실내 미세먼지, 반려동물의 털, 공기 중 꽃가루 등 다양한 항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면역계가 이들을 ‘위험 물질’로 오인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한 도시인의 경우,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지 못해 오히려 면역계가 외부 자극에 민감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생가설’이라 부른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며 면역 체계가 점차 변화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이전에는 무해하게 여겼던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거나, 호르몬 변화나 바이러스 감염 등이 면역 균형을 깨뜨리며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아기에 피부 공생균의 불균형을 경험한 경우, 성인기 아토피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알레르기 진단은 문진과 검사로 이루어진다. 환자의 병력을 통해 반복적인 증상의 시기와 유발 요인을 분석하고, 피부단자검사나 혈중 IgE 수치를 통해 어떤 물질에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음식물이나 약물 알레르기일 경우에는 병원에서 유발 검사를 통해 확진을 내리기도 한다.
치료는 크게 세 가지 전략으로 나뉜다. 첫째,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이 가장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진드기 차단 침구 사용, 반려동물 접촉 최소화, 실내 공기 정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다.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기관지 확장제 등이 대표적이며, 중증 천식의 경우 생물학적 제제(항-IgE 주사 등) 치료도 가능하다. 셋째는 알레르기 체질 자체를 완화시키는 면역요법으로, 주사나 혀 밑에 항원을 투여해 면역계가 더 이상 해당 물질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알레르기는 완치가 어려운 만큼 ‘꾸준한 관리’가 핵심이다. 특정 시기에만 증상이 나타난다고 방치하기보다는, 증상 일지를 작성해 발현 시기와 원인을 추적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나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몸은 나이를 먹으며 계속 변한다. 청소년기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성인기에도 면역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 증상에 당황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 전략을 세우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면역 균형을 다시 맞춰본다면 충분히 조절 가능할 수 있다.
글 | 김혜원
뉴로핏 (NEUROPHET) 메디컬 디렉터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前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방병원 뇌신경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