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끌어올리는 달콤한 유혹, 티라미수의 은밀한 탄생과 전설
[아츠앤컬쳐] 부드러운 마스카르포네 치즈의 풍미, 촉촉하게 스며든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함, 그리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코코아 파우더의 조화. 티라미수(Tiramisù)는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한 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매혹적인 존재다. 그 이름처럼, 지친 일상에 달콤한 위로를 건네며 우리를 ‘끌어올려’ 주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사랑받는 디저트의 탄생 배경에는, 예상외로 발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세기 이탈리아, 낭만과 활기가 넘실대던 베네치아 근교의 작은 도시 트레비소로 향해 보겠다. 이곳에는 시오라라는 이름의 재치 있고 매력적인 여인이 운영하는 작은 여인숙이 있었다. 당시의 여인숙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술과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사람들이 오가는 활기찬 공간이었다. 특히 트레비소는 베네치아와 가까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행자들과 현지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마케팅 감각이 남달랐던 시오라는 여인숙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깊은 시름에 빠진 단골손님의 하소연을 듣게 된 시오라는 묘안을 떠올린다. 손님의 기분을 달래 주고, 동시에 여인숙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오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소 딱딱해져 남아있는 사보이아르디 쿠키, 그리고 향긋한 커피였다. 그녀는 이 두 가지 재료에 부드러운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달콤한 설탕을 더해 정성껏 휘핑했다. 마치 사랑을 속삭이듯 부드럽게 섞인 크림을 커피에 적신 쿠키 위에 층층이 쌓고, 마지막으로 쌉싸름한 코코아 파우더를 섬세하게 뿌려 마무리했다.
그렇게 탄생한 디저트가 바로 ‘티라미수’였다. 시오라는 이 달콤한 창작물을 우울해하는 손님에게 건네며 이렇게 속삭였다. “이걸 드시면 당신의 기분이 좋아지고, 아내와의 관계도 분명히 다시 좋아질 거예요.” 그녀의 능글맞은 농담과 함께 제공된 티라미수는, 놀랍게도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달콤한 맛은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긴장을 녹였을 것이다.
이러한 소문은 삽시간에 트레비소 지역에 퍼져나갔고, 시오라의 여인숙은 ‘티라미수 맛집’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특히 부부 관계 개선을 염원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비밀 병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티라미수를 먹고 힘내서 아내에게 더 잘 해줘야지!”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가 오가곤 했다고 한다.
물론 티라미수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17세기 시에나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베네치아의 한 연회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레비소의 여인숙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티라미수라는 이름의 의미 “나를 끌어올려 줘” 혹은 “기운을 북돋아 줘”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더욱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쩌면 티라미수는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사랑과 화해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특별한 음식일지도 모른다. 힘든 하루를 위로받고 싶을 때,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티라미수 한 조각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의 하루를 ‘끌어올려’ 줄 티라미수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안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니까요.
글 ㅣ 김수정
(주)파인푸드랩 대표 | 한국식음료세계협회 회장 |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멘토. 12년 경력의 식품 개발 전문가, 한식진흥원 및 다수 기업/지자체 레시피 개발 및 강의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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