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울리치

Amanda Woolrich

2025-07-01     아츠앤컬쳐
Amanda Woolrich, Metamorphosis, 2023 (A piece from the book The City That Lost a Lake by Matthew Vitz, published by La Cigarra) / Photo courtesy of artist

 

[아츠앤컬쳐] 멕시코 출신의 작가 아만다 울리치(Amanda Woolrich)는 판화와 애니메이션, 드로잉을 넘나들며 물질성과 기억의 관계를 탐구해온 시각예술가다. 그녀의 작업은 일상적 재료와 손의 흔적을 통해 비물질적인 감각—시간, 흔적, 정서의 파편—을 호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2023년작 「Metamorphosis」는 그녀의 시선과 기법, 그리고 사유가 응축된 대표적인 판화 작업이다. 이 작품은 『The City That Lost a Lake』(호수를 잃은 도시, 저자 Matthew Vitz)라는 환경사적 텍스트의 표지 작업으로부터 출발했다. 멕시코시티의 호수와 수로가 식민과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다룬 이 책은, 울리치에게 있어 도시라는 장소가 어떻게 기억과 물리적 흔적을 동시에 지닌 존재인지를 다시 사유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울리치는 확장 PVC에 희석한 잉크로 두 번 인쇄하고, 여기에 목재 조각으로 만든 질감들을 더해 이미지의 밀도를 높인다. 반복 인쇄로 인해 생기는 어긋남과 중첩은 ‘기억의 층위’를 상징하며,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파도와 물에 잠긴 도시의 실루엣은 실재와 기억 사이에서 유동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물은 하나의 은유다. 울리치에게 기억은 고정된 기록이 아니라 흘러가고 증발하며 퇴적되는 유동적 존재이며, 「Metamorphosis」는 그 흐름을 시각적으로 가시화한 정서의 지형도에 가깝다.

그녀는 최근 FONCA(멕시코 문화예술기금) 젊은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단편 애니메이션 「Trasiego」로 Annecy, 칸 등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동시대 멕시코 판화 작가로서의 입지도 넓혀가고 있다. 울리치의 작업은 강렬한 이미지보다 축적된 감각의 결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시간을 요구한다.

「Metamorphosis」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는 물처럼 흘러가 버린 기억을 어떻게 품고 있는가? 그리고 예술은 그 기억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가? 아만다 울리치의 판화는 그 질문에 대한 조용하지만 깊은 시각적 응답이다.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