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섬이나 하나 살까?

2025-09-01     아츠앤컬쳐
사진 Gerard Larose, 출처: Seychelles Tourism Board

 

[아츠앤컬쳐] 세이셸 공화국의 작은 섬 하나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보호구역으로 불린다. 모옌(Moyenne)섬이라는 이 작은 땅덩어리는 한 영국인의 특별한 선택으로 탄생했다.

브렌든 그림쇼(1925-2012)는 평범한 신문 편집장이었다. 케냐에서 은퇴 생활을 보내던 그는 1962년 세이셸로 여행을 떠났다. 현지인 부동산업자가 "섬 하나 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도 사는 게 지칠 때 "(돈 많이 벌어서) 무인도나 하나 살까?"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도 그런 사람이었나 보다. 아니면 부인과 별로 사이가 안 좋았거나. 한국 남자들이 은퇴 후에 산속에 들어가 사는 것이 로망인 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진 Gerard Larose, 출처: Seychelles Tourism Board ​

당시 모옌섬은 50년간 방치된 황폐한 코프라 농장이었다. 야자나무만 듬성듬성 자라는 메마른 땅이었지만, 그림쇼는 이 섬에서 가능성을 봤다. 그는 약 23천만 원에 이 섬을 샀고, 1973년 아예 섬으로 이주했다.

현지인 르네 앙투안 라포르튠과 함께 그는 매일 나무를 심었다. 세이셸 고유종부터 전 세계 희귀 식물까지, 16천 그루의 나무를 손으로 직접 심었다. 그중 마호가니 나무 700그루는 18-21미터 높이까지 자랐다. 갈라파고스에서 가져온 거대한 알다브라 거북 120마리도 이곳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두 사람은 4.8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연 산책로까지 직접 만들었다.

giant turtle. 출처_ko.wikipedia.org

처음에는 본인이 살 곳 주변을 조경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생태계 전체를 복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2천 마리의 새들이 돌아왔고, 바다거북들이 산란지로 먹거리는 풍부하지만 인적은 없는 이 섬을 택했다. 죽어가던 산호초도 되살아났다. 현재 이 섬은 세이셸 고유식물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작은 섬은 작은 실험실이다. 고립된 생태계는 변화에 민감하지만, 그만큼 회복도 빠르다. 사는 게 지루해서 섬을 산 은퇴한 노인의 집착과 노력이 섬의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40년 함께한 동료 르네가 2007년 세상을 떠났다. 몇 년 후 누군가 그림쇼에게 약 650억 원에 섬을 팔라고 제안했다. 그는 거절했다. "부자들의 휴양지가 아닌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국립공원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1996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A Grain of Sand'를 출간했고, 여러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남쪽에서 본 모옌 섬. 출처 en.wikipedia.org

2008년 그림쇼는 모옌섬을 세이셸 정부에 기증했다. 유일한 조건은 이곳이 영구히 자연보호구역으로 남는 것이었다. 201287세로 세상을 떠난 그의 묘비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모옌은 그에게 주변의 아름다움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법을 가르쳤다."

김장하 선생님이 떠오른다. 전 재산 100억 원을 털어 고등학교를 세우고, 이를 나라에 헌납한 분이다. 한 사람은 자연을 위해, 한 사람은 교육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았다. 시공간을 넘어 통하는 마음이 있다.

 사진 Gerard Larose, 출처: Seychelles Tourism Board

From Retirement Boredom to Paradise: One Man's Island Legacy

When Brendon Grimshaw, a British newspaper editor, bought a desolate island in the Seychelles for £8,000 in 1962, he was just looking for a retirement project. Moving permanently to Moyenne Island in 1973, he and local partner René Lafortune spent 40 years hand-planting 16,000 trees, creating 4.8 kilometers of nature trails, and caring for 120 giant tortoises. What began as a cure for boredom transformed a barren copra plantation into a thriving ecosystem that now houses over 2,000 birds and two-thirds of all Seychelles endemic plants. When offered $50 million for the island, Grimshaw refused, saying he wanted it to be "a national park for everyone, not a playground for millionaires." He donated the island to the Seychelles government in 2008, ensuring its protection as a nature reserve forever. His gravestone reads: "Moyenne taught him to see the beauty around him and give thanks to God."

 

박재아<태평양기후위기대응협의회> 사무처장이자 <태평양학회> 이사, 팔라우 대통령 경제·관광 직속 자문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관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피지(Fiji)·사모아(Samoa) 관광청 한국지사장, 모리셔스, 솔로몬제도, 미크로네시아 관광청의 한국 파트너, 태평양 관광기구(SPTO) 한국지사장,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MoTCE-RI) 지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