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관광의 찬란한 진주 - 후난성
[아츠앤컬쳐] 후난(호남)은 중국 중부, 양쯔강 중류에 위치한 지역으로 마치 중국 대지에 빛나는 진주처럼 풍부한 문화적 자산과 관광 자원을 지닌 곳이다. 후난은 아름다운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깊은 역사와 다채로운 민속문화를 간직하기에 수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후난은 오랜 역사와 풍부한 인문 정신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전설에 따르면 염제와 순제의 묘소가 최초로 조성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문인과 사상가들이 이곳에서 역사적 명작을 남겼다. 선진 시대의 애국 시인 굴원(屈原)에서부터 서한의 정론가 가의(賈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문학과 사상은 후난 문화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동한의 채륜(蔡倫)이 종이 제조 기술을 개량한 것은 세계 문명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위대한 업적이다.
당송 시대에는 인재가 끊이지 않고 배출되었으며, 당나라의 서예가 구양순(歐陽詢)과 회소(懷素)는 뛰어난 서예로 명성을 떨쳤으며, 북송의 주돈이(周敦頤)와 남송의 주희(朱熹), 장식(張栻)은 성리학의 발전과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명나라의 리동양(李東陽)은 차령시파(茶陵詩派)를 이끌며 당시 문단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동양의 헤겔’이라 불리는 사상가 왕부지(王夫之)는 그 깊이 있는 철학 사유로 후난 문화의 중요한 유산을 이루었다.
후난은 예로부터 문화 교육을 중시하여 서원(書院) 문화가 꽃피었다. 송나라 시기 280여 개의 서원이 설립되었으며, 창사(長沙)의 악록서원(岳麓書院)과 형양(衡阳)의 석고서원(石鼓書院)은 그 명성이 천하에 널리 알려졌다. 19세기 말 창사에 설립된 시무학당(時務學堂)은 근대 교육 제도 개혁의 초석이 되었으며, 서원은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문화 전승의 요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후난의 민속문화는 풍부하고 다양하며, 다수의 예술 형식이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후난자수(湖南刺繡)는 정교한 자수 기법과 독창적인 예술 스타일로 중국 4대 명자수 중 하나로 꼽힌다. 목판년화는 강렬한 색채와 과장된 조형미로 민간의 정서를 잘 드러내며, 그림자극은 생동감 있는 연출과 풍부한 이야기로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강영여서(江永女書)는 세계 유일의 여성 전용 문자로 여성의 지혜와 문화 전승을 상징한다.
후난의 민간 예술은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화고희(花鼓戲), 곤극(昆劇), 상극(湘劇), 기극(祁劇) 등 다양한 연극 형식이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상서 묘족의 전통 무용과 더라우 묘족 마을(德夯苗寨)의 독특한 풍경은 관광객들에게 소수민족 문화의 생동감을 전한다. 투자족(土家族)의 모구스(茅古斯)와 손흔들기 춤은 그들의 정서와 역사, 자연관을 함축하고 있어 문화 체험의 중요한 창이다.
후난요리는 한족 음식문화의 8대 요리 계보 중 하나로, 한나라 시대부터 요리 체계가 형성되었다. 신선하고 향기롭고 매운맛이 특징인 후난 요리는 ‘향과 신선함과 매운맛(香, 鲜, 辣)’을 중시한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다진 고추를 얹은 생선 머리 요리(剁椒魚頭), 고추볶음 고기(辣椒炒肉), 모씨홍소육(毛氏紅燒肉) 등이 있으며,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후난 요리를 맛보는 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 지역의 기후, 생활 방식, 문화 정서를 체험하는 풍부한 문화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후난성은 산지와 구릉이 70%, 물이 20%, 농경지가 10%를 차지하는 ‘칠산이수일분전’의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장가계의 석영사암 봉림, 랑산의 단애 지형, 남악 형산의 종교 문화 등 독특한 자연경관과 깊이 있는 역사문화가 어우러진 지역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장가계와 랑산은 웅장하고 기이한 지형미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형산은 불교와 도교가 오랜 시간 공존해 온 종교적 성지로 높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후난성은 투자족, 묘족, 떼족 등 8개 소수민족이 거주하며 민족자치지역을 형성하고 있어 다채로운 민속문화와 전통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교통 인프라도 우수하여 경광·후쿤 고속철도의 중심지인 창사시는 중국 남북과 동서를 연결하는 핵심 교통 허브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총연장 6,700km 이상의 고속도로망을 갖추어 전국 7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전 성의 90% 이상 향진과 80% 이상의 행정촌이 도로로 연결되어 관광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처럼 후난성은 풍부한 자연자원, 역사유산, 다문화적 배경, 체계적인 교통망이 조화를 이룬 명실상부한 관광 중심지이다.
풍부한 역사 문화, 민속, 자연경관,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후난은 종합적인 문화관광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관광지로, 향후 지속적이고 균형 잡힌 발전이 기대된다.
글 안영란
한중문화예술교류협회 부회장
한중예술교육센터 부대표
장쑤성 염성사범대학교 성악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