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테 조카이티테
Birute Zokaityte
[아츠앤컬쳐] 리투아니아 아티스트 비루테 조카이티테(Birute Zokaityte) 책 일러스트와 목판화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 리투아니아 그래픽 센터에서 전시를 위해 최근 대여한 그녀의 작품 「Edge on the Forest」는 나무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목판 위에 새겨진 여성의 나체와 풍경이 겹쳐지며 시간, 기억, 신체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화면 가득한 나이테의 결은 수십 년 세월을 기록한 자연의 흔적이자 역사의 층위이며, 그 위에 서 있는 여인은 두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존재한다. 이 제스처는 빛을 가리는 행위이면서도, 외부의 시선을 거부하고 자기 몸의 주체성을 지키려는 저항으로 읽힌다. 동시에 배경에 새겨진 수평선과 다이빙하는 인물들은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듯 보이지만, 물속으로 가라앉는 몸들의 그림자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무게와 한계를 상기시킨다. 여성의 몸은 이 작품에서 대상화된 시선의 표적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숭고함 속에서 되찾는 기호이며, 나이테와 중첩된 인체는 인간 존재 또한 자연의 기록 속에 새겨지는 또 하나의 연륜임을 보여준다.
판화라는 매체는 비루테의 손에서 단순히 이미지를 복제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을 조형하는 도구로 전환된다. 나무의 결을 따라 새겨진 선들은 장식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언어가 되며, 우리는 작품 앞에서 묻게 된다. 시간은 몸 위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그리고 자연은 인간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