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바흐 하우스 미술관 2
[아츠앤컬쳐] 렌바흐 하우스 미술관의 입장 티켓은 종일권이다. 나가서 식사도 하고 볼일 보고 다시 돌아와 작품 감상을 이어갈 수 있다. 여유롭게 미술관을 즐길 수 있는 배려에 마음이 편해진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의 집밥 같은 한식당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찾은 미술관에서 검표원 아저씨랑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계단을 오른다. 요셉 보이스와 청기사파 작품의 감상을 위해서다.
요셉 보이스(1921~1986) 관
이 전시실은 드로잉, 사진,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 퍼포먼스에 사용된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요셉 보이스는 조각, 드로잉, 설치 미술, 행위 예술가로 20세기 예술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정치, 사회에 관심이 많았고 예술을 통해 사회 변혁을 꿈꾸었다. 대표적인 예로 1982년, 환경 운동의 한 프로젝트인 <7,000그루의 참나무 심기>는 산업화로 삭막해져가는 도시를 살리자는 취지의 퍼포먼스였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독일의 작은 도시 카셀의 거리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능력이 뛰어난 그는 전시실보다 다양한 행위예술과 프로젝트를 통한 현장에서 더욱 빛이 난 예술가이다.
청기사파 전시관
이곳은 렌바우 하우스 미술관의 정체성을 말해 주는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표현주의의 탄생을 알리는 드레스덴의 다리파의 뒤를 이어 뮌헨에서는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와 프란츠 마르크(1880~1916)가 주축이 되어 청기사파를 결성하였다.
기존의 화파를 거부하고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며 회의적이고 비판적 표현에 집중하는 다리파와는 달리 청기사파는 삶의 밝고 아름다운 내적 정서를 표현한다. 무르나우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칸딘스키, 가브리엘 뮌터(1877~1962),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1864~1941), 마리안느 폰 베레프킨(1860~1938)의 작품은 뮌헨 중심으로 전개된 표현주의적 경향의 대표작들이다.
이곳에서 만난 작가들 중 야블렌스키의 작품이 눈에 띈다. 야수파적 표현이 엿보이는 ‘댄서 알렉산더 자하로프의 초상화’와 ‘스페인 여인’도 인상적이지만 인간의 내면을 단순한 형태로 그려낸 표현주의적 경향의 얼굴 형상을 한 세 점의 작품이 나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여러 전시실을 거쳐 마지막 공간으로 들어서면 청기사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마르크의 ‘푸른 말’과 칸딘스키의 추상으로 향하는 시기의 명작들을 만난다. ‘산(무르나우)’, ‘낭만적 풍경’ 그리고 시리즈 중 ‘즉흥19’, ‘인상3’ 등이 대표적이다. 사물의 묘사에서 벗어나 간략한 형태와 다양한 색채를 통해 내면의 감정과 정신을 점점 추상으로 표현해가는 과정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렌바흐 하우스는 여느 미술관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따뜻하고 이국적인 색감의 건축물인 하우스 뮤지엄이 주는 아늑함과 잘 정돈된 정원에서의 산책은 작품 감상과 다른 또 하나의 힐링 포인트가 된다. 거기에 미술관 곳곳에서 묻어나는 뮌터의 존재는 렌바흐 하우스의 감상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한적이었던 시기에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독일표현주의에 기여한 가브리엘 뮌터, 그녀는 오늘날의 렌바흐 하우스 미술관의 기초를 마련했다. 예술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칸딘스키는 떠났지만 끝까지 무르나우에 남아서 나치의 탄압과 역경 속에서도 작품을 지켜낸 그녀의 집념과 빛나는 예술혼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문득 그녀의 삶과 예술의 무대였던 무르나우가 궁금해진다. 다음번 뮌헨 방문 땐 꼭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렌바흐 하우스를 나선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