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Sous le ciel de Paris
노래로 도시를 그리다
[아츠앤컬쳐] 하늘은 더 투명해지고 공기는 한층 더 차분해지는 계절이 온다. 한 곡의 샹송이 떠오르는 가을이 올 때면 어김없이 ‘Sous le ciel de Paris’도 따라온다. 그리고 이 노래는 파리를 노래하는 곡을 넘어 인간의 삶 전체를 그리는 하나의 은유가 된다. 파리의 골목과 센강, 연인들의 발걸음을 담은 선율이 특정한 이야기를 넘어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 모든 인간의 삶을 포괄하는 서사가 되기 때문이다.
‘Sous le ciel de Paris’는 1951년의 동명 영화의 주제가로 처음 세상에 나왔다. 영화는 파리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며, 도시의 정서를 음악과 함께 전달하고자 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장 브르통니에르(Jean Bretonnière)가 불러 인기를 얻었다. 이후 줄리엣 그레코(Juliette Gréco),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이브 몽탕(Yves Montand) 등 샹송의 대표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하며, 노래는 폭 넓은 사랑을 받았다. ‘Sous le ciel de Paris’가 사랑받은 가장 큰 요인은 선율과 가사에 깃든 조화로운 서정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왈츠 리듬과 부드러운 화성 진행을 동반하며 파리 골목길을 거니는 사람들의 발걸음, 센강 위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도시의 일상을 그대로 그려냈다.
“파리의 하늘 아래 한 노래가 날아오르네.
그 노래는 오늘 한 소년의 가슴에서 태어났지.
파리의 하늘 아래 연인들이 걷네.
그들의 행복은 오직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다네.
베르시 다리 아래 철학자가 앉아 있고.
음악가 둘이 연주하네.
몇몇 구경꾼과 사람들이 지나가는 파리의 하늘 아래,
저녁이 올때까지 노래가 울려 퍼지네.”
가사 속 소년의 마음에서 시작된 노래는 파리 전체와 만인의 희로애락을 품으며 도시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그리고 노래는 선율과 리듬, 화성 진행 등 음악적 기능들을 수반하며 더욱 세밀하게 전개된다. 장음계 중심의 부드러운 선율, 간헐적 단음계가 주는 애잔한 불안감, 왈츠 리듬에 녹아든 거리의 숨결, 악센트와 꾸밈음이 주는 긴장과 완급의 조절감 등은 듣는 이로 하여금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아름다운 도시가 세월을 초월하듯 ‘Sous le ciel de Paris’ 또한 시간을 거슬러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속 장 브르통니에르의 원곡은 서민적이면서도 소박한 서정성을 그려내는 반면, 그레코와 피아프의 커버는 독특한 개성으로 우아한 도시의 낭만을 드러낸다. 한편 카린 앨리슨(Karrin Allyson)의 버전은 원곡의 서정성 위에 은은한 재즈적 색채를 더하며, 폼플라무스(Pomplamoose) & 로스 개렌(Ross Garren)의 현대적 편곡은 디지털 사운드를 활용해 파리의 낭만을 감각적인 방식으로 재현한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을 통해 ‘Sous le ciel de Paris’는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파리의 정서를 생생하고도 풍부한 감성으로 전달한다.
파리를 찬미한 시인들의 언어가 ‘Sous le ciel de Paris’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베를렌(Paul Verlaine)의 말처럼 “라일락 향기에, 가로등 빛 아래, 파리 전체가 깨어나고”,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가 읊어 주듯 “거리마다 꿈의 약속이 서 있으며,”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묘사처럼 “돌길들 마다 연인들의 발걸음을 기억하고 있는” 도시 파리, 이 환상적인 도시는 자신을 가장 진솔하게 드러내는 노래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