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장을 가다

2025-10-01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지난 8월에 페북으로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메시지가 왔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로베르토의 친구라면서 9월 중순 한국에 오면 장지에 가서 추모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 마음이 느껴져서 답을 해줬다. 화장을 하고 유해는 인천 영종도 앞 바다에 뿌려졌다고 하고 조문이 가능하다고 말해줬다.

지난 9월 중순, 그로부터 서울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조문을 위해 장례업체인 ‘푸른바다장’에 연락했더니 단체 조문객을 위해 낮 12시에 한번 배를 운항한다고 하고 1인당 15,000원을 내면 승선해서 조문하고 추모용 국화꽃 한 송이를 준다고 한다. 어제 예약을 하는데 배에 타는 사람의 인적사항이 필요하다고 해서 풀네임과 생년월일을 물었다. 보내온 생년월일을 보니 1996년생이다. 이제 29세가 된 젊은이다. 얼굴도 모르지만 일단 9월 18일 오전 9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만나 인천 연안부두로 향했다. 연안부두에 도착, 12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고 21번 부표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 헌화했다. 처음 만난 이탈리아 청년은 아이슬란드에서 휴가를 이용해 서울에 왔는데 고인이 된 로베르토와는 2018년에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한 인연이 있다고 했다. 배를 타고 50분 정도 해양장을 돌았다.

2025년 1월 24일부터 관련 법령인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해양장)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었다. 해양장은 현재 인천과 부산 단 두 곳에서만 가능하며,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특정 구역 또는 지정된 부표에서 뿌려야 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