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와 감금
[아츠앤컬쳐]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1798~1863)는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감정의 격렬한 표현과 강렬한 색채 대비를 통해 근대적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 예술가였다. 그는 고전주의의 균형과 질서를 거부하고, 인간의 열정·고통·욕망을 그대로 화폭에 옮김으로써 회화의 주제를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옮겨놓았다. 이전 시대의 화가들이 외형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추구했다면, 그는 인간 정신의 혼돈과 불안을 예술의 중심에 놓았다.
그의 예술적 여정은 어린 시절부터의 고독과 결핍, 그리고 강렬한 감수성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1798년 프랑스 샤랑통 생 모리스(Charenton-Saint-Maurice)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외교관이자 정치인이었고, 어머니는 루이 16세의 가문과 관련이 있는 상류층 출신이었다. 그러나 들라크루아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의 몰락과 부친의 사망이 이어졌고, 그에게 안정된 가정보다는 불확실한 삶과 내면의 결핍이 남았다.
이러한 유년기의 상실감은 훗날 그의 예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비극적 정서와 인간적 고독의 원천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들라크루아는 병약했지만 감수성이 예민했다. 그는 일찍부터 문학과 음악, 미술에 몰두하며 예술적 상상력을 키웠다. 특히 그가 어린 나이에 익힌 단테, 셰익스피어, 괴테는 그의 회화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단테의 배(The Barque of Dante)」(1822)는 이성보다 감정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회화의 서막을 알리는 대표작이자, ‘감금’이라는 인간의 고통과 죄의식 그리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하는 근원적인 삶을 형상화한 상징적 작품이다. 들라크루아는 단테(Dante)(1265~1321)의 『신곡(The Divine Comedy)』(1321) 「지옥편」 중에서 단테와 그의 안내자 베르길리우스(Vergilius)가 지옥의 스틱스(Styx) 강을 건너는 장면을 선택했다.
두 인물을 태운 배는 시체와 고통의 파도 위를 떠다니고, 그 아래에서는 죄인들이 물속에서 서로를 물어뜯으며 구원 없는 싸움을 벌인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경에서 영감을 받은 삽화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욕망과 죄의식, 사회적 폭력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구조를 그림으로써,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내면의 현실을 재해석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의 부재’이다. 들라크루아가 그린 지옥은 인간이 신의 심판에 의해 감금된 공간이라기보다, 스스로의 욕망과 폭력에 의해 고립된 세계다. 물속의 인물들은 서로를 물어뜯고, 배 위의 인물들조차 결코 평정하지 못하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보호하듯 붙잡고 있지만, 그 포즈는 억류에 가깝다. 인간은 결국 타인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며, 그 관계는 해방이 아니라 억압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들라크루아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인간의 감금이 사회적 질서와 도덕의 체계 속에서도 지속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감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일정한 장소나 공간 안에 머물게 하거나, 스스로 벗어날 수 없도록 막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문을 잠그거나 사슬로 묶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보호하듯 붙잡는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인도이지만, 그 행위 속에는 단테의 자유를 제한하는 감금의 성격도 함께 존재한다. 단테는 지옥의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지 못하고, 베르길리우스의 통제 속에 머문다.
감금죄는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로서, 형법상 자유에 관한 죄 중 하나로 규정된다. 우리 형법 제276조 제1항은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감금행위를 명시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감금이란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현실적으로 제한하여 일정한 장소에 구속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반드시 쇠사슬이나 자물쇠 같은 물리적 구속수단이 필요하지는 않다. 심리적 제압, 협박, 위력 행사 등으로 사실상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었다면 감금에 해당한다. 즉, 감금죄는 신체적 속박뿐 아니라 정신적 강제에 의한 자유의 박탈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그렇다면 일정한 장소적 제약 하에 제한된 행동의 자유를 허용한 경우에도 감금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이러한 경우에도 감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매우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그 본질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이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하는 장애는 물리적ㆍ유형적 장애뿐만 아니라 심리적ㆍ무형적 장애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므로 감금죄의 수단과 방법은 유형적인 것이거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한다.
또한 감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반드시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박탈할 필요는 없고, 감금된 특정한 구역 범위 안에서 일정한 생활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유형적이거나 무형적인 수단과 방법에 의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한 이상 감금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가령, A가 미성년자 B를 아파트 앞으로 나오도록 유인한 다음 A가 운전하는 화물차에 태우고는B에게 "네가 집에 돌아가면 경찰이 붙잡아 소년원에 보낸다."라고 위협하였고 그 말에 B는 부모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B가 어쩔 수 없이 6개월간 A의 집에 기거하면서 화물차 운전기사인 A와 함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여러 지역을 같이 따라다녔다고 하더라도 감금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감금은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뿐 아니라 심리적 지배 관계 속에서도 인정될 수 있다. 피해자가 만약 도피하는 경우에는 생명 신체에 심한 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서 도피하기를 단념하고 있는 상태 하라면 감금죄가 인정된다. 감금에는 물리적인 강제력도 필요하지 않다.
만취한 사람을 그 의사에 반하여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만취한 사람을 귀가시키기 위하여 차량에 태웠다는 취지에도, 만취하여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사람을 일면식도 없는 자가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차량에 태워 운행하는 것이 당사자의 동의를 기대할 수 있는 행위라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차량 내 감금죄가 성립했다.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변호사 / 변리사
법학(J.D.), 기술경영학(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