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서의 미·중 대결
[아츠앤컬쳐] 미국과 중국은 현재 21세기 세상의 주인이 되기 위해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 무거운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자신들이 특장점을 가진 기초 필수 소비재나 희귀 재료의 대미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맞서는 등 격렬한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클래식 분야에서도 대결 중이다. 얼핏 보기에는 클래식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에 도전한다는 것은 수십 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2025 쇼팽 콩쿠르 본선 진출자는 19개국 출신 총 84명 중에 중국은 28명, 미국은 5명, 일본 13명, 한국 5명이었다. 최종 결선 진출자는 총 11명으로 중국 Tianyou Li, Tianyao Lyu, Zitong Wang 등 3명, 미국 Eric Lu, William Yang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 출전자 Eric Lu와 William Yang은 모두 중국계 미국인이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2025 쇼팽 콩쿠르에서의 미·중 대결은 사실상 중국계끼리의 경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것은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인 미국의 ENVIDIA가 대만에서 이주해온 젠슨 황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가 포브스 선정 세계 7대 부호 반열에 등극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대만은 물론 중국에서도 폭발적 인기 인사인 젠슨 황에게 중국에게 고급 AI 반도체를 팔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젠슨 황이 고급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실력을 키운 곳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땅이다. 그는 9살에 아버지와 함께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서 오레곤 주립대학,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전기 공학을 배웠다. 중국 본토에서는 ENVIDIA에 대항하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유학생들을 거액을 제시하며 불러모으고, 트럼프는 스탠포드, MIT, 하버드 등 일류대학에게 중국 유학생들을 제한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반도체와 유사한 상황이 클래식 음악에서도 진행 중이다. 중국은 미국에서 가장 좋은 음악학교 줄리어드에 대거 유학생들을 보냈다. 줄리어드는 중국 명절에 유학생들이 고국 방문에 나서자 학교 건물에 중국 학생들 고향에 잘 다녀오라는 플랜카드를 걸기도 했다.
중국은 2020년 베이징의 관문 도시인 텐진에 아예 줄리어드 분교를 열었다. 텐진 중심부 위자푸 금융 지구를 관통하는 하이허 강변에 당당하게 서 있는 줄리어드는 뉴욕 줄리어드 본교를 설계한 건축가에게 의뢰해 거의 똑같이 완공되었다. 미국 줄리어드가 뉴욕에서도 가장 붐비는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극장 바로 옆에 서있는 것과 동일한 기획이다.
중국은 텐진 줄리어드를 음악 명문교로 키우기 위해 이미 1,8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고 5,500억 달러의 기금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은 텐진 줄리어드 전 재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졸업생들은 미국 줄리어드와 동일한 학위를 받는다. 2025년 석사 과정 55여 명 중 한국을 포함 일본,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외국인이 50%라고 학교측은 밝히고 있다.
2025 쇼팽 콩쿠르에서 텐진 줄리어드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최종 결선 진출자 Tianyou Li가 바로 텐진 줄리어드 Xiaohan Wang 교수의 제자이고, 미국측 진출자인 William Yang도 중국계로 미국 뉴욕 줄리어드에서 로버트 맥도널드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2025 쇼팽 콩쿠르가 미국 뉴욕 줄리어드 대 중국 텐진 줄리어드의 대결인데 모두 중국계인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슈퍼 파워의 격돌에 경제계, 정치계, 음악계 모두 한국인들에게 만만치 않은 상황이 급속히 진행 중이다. 바짝 정신 차려야만 할 때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